[O2플러스]이승철, ‘보컬의 신’에게 찾아온 변화…핵심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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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4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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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형’이 돌아왔다. 가수 이승철이 돌아왔다.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정상 보컬 이승철이 심사위원이 아닌 가수로 돌아온다. 날카로운 지적과 평가로 카리스마를 과시했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평가받을 준비를 마쳤다.

1985년 록그룹 부활의 보컬로 데뷔해 지금껏 ‘보컬의 신’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승철은 오는 14일 선공개 곡 ‘사랑하고 싶은 날’을 발표한데 이어 18일 정규 11집 파트1 ‘마이 러브’(MY LOVE)를 발매한다. 정규 앨범은 지난 2009년 발표한 10집 앨범 ‘더 랜드 오브 드림즈 뮤토피아’에 이어 4년만이다.

조용필의 새 앨범에 큰 충격을 받아 완성됐다는 정규 11집에는 변화의 바람이 가득하다. 파트1에는 타이틀곡 ‘마이 러브’ 이외에도 ‘그런 말 말아요’, ‘늦장 부리고 싶어’ 등 총 9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느낌이 짙은 이승철표 음악은 오는 9월에 발매 예정인 파트2에 실릴 예정이다.

또 이승철은 앨범을 발매 당일 광화문 광장에서 쇼케이스 ‘어서와’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이승철을 꿈꾸는 박명수가 함께 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며, 이어 오는 29일부터는 창원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에 돌입한다.


▶ 이승철이 직접 밝히는 정규 11집 ‘마이러브’의 모든 것

-정규 11집을 소개해 달라.
“정규 앨범은 파트1과 파트2로 나뉜다. 파트1은 모던 팝이 주를 이룬다. 9월에 발표할 파트2는 록 발라드가 대거 포함됐다. 캐나다에서 받은 6곡 중 1곡이 파트1에 실리고 나머지 5곡은 파트2에 포함된다.

-부담은 없었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주변의 눈을 의식하게 되더라. 앨범의 스타일을 중시하면서 대중적인 면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 후배들에게 음악적 기회나 길을 제시해줘야 했고, 보컬의 힘도 보여줘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승철스러운 좋은 노래와 트렌디한 노래가 섞여 앨범이 들쑥날쑥해 졌다. 그래서 결국 두 개의 앨범으로 나눠 발매하게 됐다. 파트2도 현재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다.”

-파트1에 수록된 9곡 중 2곡은 대학생이 만들었다. 이례적인 행보 아닌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수천 명의 학생이 제대로 꿈도 펼치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사는 것을 자주 봐 왔다. 그들 중 가수가 될 확률은 0.00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가요계는 소수 작곡가가 수백 명의 가수의 곡을 쓰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추어 작곡가의 곡을 받아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내는 방법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많은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곡에 가수들이 눈길을 돌리지 않겠나.”

-외국 작곡가의 곡을 받은 이유는.
“핫한 트렌드 반영과 변화를 위해서였다. 멜로디가 멋있어서 받았는데 한국말을 넣어 불렀더니 번안 가요처럼 굉장히 이상하더라. 결국 대책회의를 해야 했다. 결국 반주는 그대로 둔 상태로 전해성 작곡가가 다시 작사 작곡을 하게 됐다.”

-앨범 작업 중 위기 순간을 꼽자면.
“대중가요는 핫한 트렌드가 중요하다. 캐나다에 다녀왔더니 기존 곡들이 다 ‘말리꽃’ 같더라. 결국 뒤늦게 곡을 다시 만들었다. 5일에 한 곡씩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만든 곡들이 가장 핫한 곡이더라. ‘마이러브’는 귀가하다 영감을 얻어 다시 작업실 가서 밤새 만든 곡이다. 느낌이 좋았고 결국 타이틀곡이 됐다. 오랜 시간 두고 고심하는 것보다 순간적으로 ‘핫’하게 나오는 게 히트곡 된다는 이야기를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됐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다. 센 음악을 먼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이승철을 생각하면 늘 센 음악이 떠오른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진부하지 않은 음악들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음질 부분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들어보면 외국곡에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평소 앨범 작업 때 감을 중요시해서 한 곡을 여러 번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한 곡당 수십 번 씩 불렀다. 앨범의 완성도에는 불만이 없다.”

-선 공개곡 ‘사랑하기 좋은 날’은 어떤 곡인가.
“녹음도 딱 한 번으로 끝냈다. 창법이나 테크닉적인 게 아니라 노래를 하며 옛 추억 떠올라 눈물을 머금으며 불렀다. 노래에 그러한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가수로서 지금까지 가요를 녹음하며 딱 두 번 이런 감정을 느꼈다. ‘마지막 콘서트’ 이후로 처음이다. 이 노래를 만들고 집으로 가져가 가족 모니터링을 하는데 아내가 ‘이 여자는 또 누구야?’라고 묻더라. 내 이야기를 전해들은 전해성 프로듀서의 아내 역시 ‘지금 남 얘기할 때가 아닌데. 누구야?’라고 물었다더라. 선 공개 할 수밖에 없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앨범 리스트 순서는 어떻게 정했나.
“지난 5월에 팬미팅을 해 인기투표를 했다. 그 인기투표 결과대로 순서대로 넣었다.”

-이번에도 음주 녹음을 진행했나.
“아니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맑은 정신에서 녹음했다. 평소 필을 중요시해 진하게 불렀다면 이번엔 힘을 빼고 정갈하게 불렀다.”


▶가수 이승철 그리고 음악

-새 앨범의 창법에 변화가 있나.
“어차피 이승철은 늘 똑같다. 노래를 오래 한 사람은 자기의 창법을 고수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작곡가와 작업하고 작곡가의 의견 반영해서 매번 새 옷을 입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해야만 변화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도 가창력을 중요시했나.
“최근 트렌드를 보면 가수의 가창력을 인정하는 것보다 음악 자체의 능력을 인정하는 느낌이다. 요즘은 발라드라도 리듬이 없는 발라드는 젊은 대중이 듣지 않더라. 노래도 마찬가지다. 가창력만을 강조하던 하는 시대는 지났다. 곡 자체와 트렌드가 중요하다. 발라드도 점점 리듬발라드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어린 딸에 들려주고 스킵하지 않고 듣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넘겨지지 않는 곡들이 파트1에 남았고, 넘겨진 곡들은 파트2에 실려 있다.”

-먼저 앨범을 낸 조용필의 음악에 충격을 받았다던데.
-조용필 형이 곡을 발표한 열정과 마케팅 전략 등에 충격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괜찮은 가요 한 곡만 불러도 충분히 대박 날 텐데 티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능력과 아이디어가 존경스럽더라.”

-정말 조용필로 인해 앨범에 변화가 있었나.
“처음엔 기존처럼 하던 대로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180도 바뀌었다. 이미 노래는 다 녹음해 둔 상태였기에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아내가 조용필 형의 티저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용필이 형은 현직 가수들의 등대다. 우리에게 늘 이정표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조용필과 이문세 등 선배 가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선배들이 자랑스러웠다. 5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건 자신이 하겠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늘 노력하는 문세 형의 모습을 봤다. 용필이 형은 더할 나위 없는 가수다. 그 형은 자신의 이름 세 글자에 기대어 가지 않는다. 그게 제일 중요하고 존경스러운 점이다. 나도 이름 석 자에 기대어가려고 했던 적 있었다. 그래서 두 분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새 앨범을 준비하며 이승철이라는 이름, 쌓아 온 것들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주저앉으면 부담이 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원동력이 된다. 열정이 생기고 변화가 찾아오더라. 이젠 방송 출연이나 무대에 관련한 것들을 매니저가 아닌 내가 모두 직접 한다.”

-마흔 살을 훌쩍 넘었는데 여전히 악동 이미지다.
“48살이기에. 이 나이에 무게 잡으면 정말 48이 된다. 그러고 싶진 않다

-40대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은데.
“현재 쓰고 있는 스튜디오를 12년 전에 지었다. 당시 IMF의 여파가 남아 있었고 음반 사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될 때였지만, 당시 40억 들여 만들었다. 늙고 인기가 없어 아무도 내 앨범을 제작해주지 않을 때 혼자서라도 앨범을 내기 위함이다. 나는 늘 시작이다.”

-음악적인 변화는.
“세계적인 음악 트렌드는 개인 연주자의 역량을 알리는 솔로 파트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과 얘기해 보면 무엇이 노래를 잘하게 하는 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노래 잘하는 것을 의식하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에 맞춰 감도 변하는 것 같다. 가창력이든 멜로디든 깔끔하고 핵심을 잘 담아내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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