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나래 “8년만에 음반…식음 전폐하다시피 올인”

  • Array
  • 입력 2013년 5월 30일 07시 00분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처럼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가수 그린나래는 특정 대상을 넘어서겠다는 말보다 “내 노래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목표로 새 출발에 대한 다짐을 전했다. 사진제공|GP엔터테인먼트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처럼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가수 그린나래는 특정 대상을 넘어서겠다는 말보다 “내 노래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목표로 새 출발에 대한 다짐을 전했다. 사진제공|GP엔터테인먼트
■ ‘오렌지마켓’서 이름 바꾸고 첫 솔로 출사표, 그린나래

8년전 소속사 문제로 컴백 물거품
가수 꿈 억누르며 살던 힘들었던 날…
어린 피겨선수들 보며 재기의 희망
악바리 근성으로 두번째 데뷔 준비
‘대박’보단 ‘내 노래’를 하고 싶어요

28일 첫 싱글 ‘내추럴 러브’를 발표한 그린나래(28·정정아)는 2005년 ‘오렌지마켓’이란 예명으로 데뷔했다. 8년 만에 ‘그린나래’란 새 이름으로 첫 싱글을 다시 냈으니 이른바 ‘중고 신인’이다. ‘그린나래’는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높이, 멀리 날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오렌지마켓으로 첫 음반을 낸 후 당시 소속사 사정이 어려워졌다. 소속사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사이 컴백은 멀어져 갔다. 인디밴드 멤버들과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드라마 ‘열아홉순정’ 삽입곡을 부르며 음악적 갈증을 풀기도 했지만 음악학원에서 가수 지망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주업이 되고 말았다.

“끼를 억누르고 살다보니 우울하고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피겨스케이팅 꿈나무들의 치열한 연습 장면에 힘을 얻었다. 10살도 안 된 어린 친구들이 점프하다 넘어져 다치는 모습을 봤다. 아이들은 그래도 다시 일어났고, 코치에게 야단을 맞아도 또 다시 일어나 점프했다.

활동을 하지 않는 자신에게 꾸준히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팬들도 큰 힘이 됐다. 몇 년간 음반 소식이 없음에도 오렌지마켓 팬들이 쓴 ‘언제 음반 내느냐’는 미니홈피 글을 보면서, “한때 당연한 줄만 알았던” 팬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으며 미안함의 눈물도 흘렸다.

사진제공|GP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GP엔터테인먼트

‘생활형 보컬강사’로 살던 그가 다시 음반을 내게 된 건 “아름다운 20대가 꿈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20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자”고 마음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현재 소속사 GP엔터테인먼트와 음반 계약을 맺었다.

8년 만의 음반 작업이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었기에 녹음은 수월했다. 그래도 그린나래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며 “정말 열심히” 작업에 매달렸다. 잘 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어야 했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도 실망해선 안 될 일이었다.

“오렌지마켓으로 낸 음반은 사실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해 나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런 부끄러움을 이번엔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린나래는 다시 데뷔하며 “두렵기도 하지만 설렘이 더 크다”고 했다. 한 번에 대박을 낸다는 욕심은 이미 버렸다.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게 목표이고,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색깔이 잡히고 대중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내성적이고 낯가리던 성격이었는데, 악바리로 살다보니 지금은 말도 많아졌다. 때론 ‘빌어먹을 자신감’까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엔 아직 두려움이 많다. 예전엔 아무 것도 몰라 용감했지만, 지금은 다 알아 더 두렵다.”

그린나래의 첫 싱글 ‘내추럴 러브’는 남성그룹 퍼블릭스테레오 멤버 나무가 만든 이지 리스닝 팝 장르다. 투애니원의 ‘아이 러브 유’처럼 트로트 느낌이 나는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아이돌 댄스음악 일색이어서 내 음악이 신선하게 들리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는 그린나래는 “앞으로도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렌지마켓 때 각오를 물어보면 ‘최고의 가수가 되고 싶다’, ‘누구를 넘겠다’는 허튼 다짐을 말하곤 했다. 이젠 그저 ‘내 노래를 꾸준히, 많이 내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