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구자형 “강남스타일, 단순한 히트곡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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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은 단순한 히트곡이 아닙니다. 인기와는 별개로 음악사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었어요. 해학의 경지에 이르렀죠."

음악평론가 구자형(58) 씨는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싸이(본명 박재상·35)의 성공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싸이의 음악과 신드롬을 분석해 신간 '싸이 강남스타일'을 발간한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강남스타일'이 음악사의 흐름을 바꿀 이정표가 됐다는 점이다. 대중 앞에서 멋있게만 보이려던 기존 음악이 밀려나고 관객과 어울리는 음악이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탈춤이 끝날 때 연희자와 관객이 어울려 한 무더기가 되죠. 이제는 그런 장면을 유도하지 못하는 스타는 힘들어질 겁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남아있던 마지막 신비주의를 싸이가 통쾌하게 걷어버렸어요. 서로 함께 어울리는 순간 진정한 음악이 완성된다고 봐요."

그는 "마이클 잭슨이 80년대를 대표했다면 나는 90년대를 책임졌고 다음은 싸이가 될 것"이라는 세계적인 래퍼 MC 해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싸이는 콘서트라는 짧은 축제를 통해 삶의 힘겨움을 잊어버리고 에너지를 갖게 하는 위대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구 씨가 싸이에 주목한 것은 10여 년 전 '새'를 발표하며 데뷔했을 때부터다. "서태지의 뒤를 이을 가수"라고 전망했지만 싸이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결국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책에서 싸이 신드롬을 흥미롭게 분석하면서 싸이가 가진 'B급 문화 코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구 씨는 "싸이는 10여 년 전부터 풍자와 해학을 드러내왔다"며 "'강남스타일'은 록이나 힙합 음악이 가진 분노의 에너지를 넘어 해학과 포용의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위대한 스타는 고유의 시선을 갖고 있다"며 "같은 말춤을 추고 '강남스타일'을 불러도 싸이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가 따로 있다. 기존 히트곡을 모아 미국에서 발표한다는데 미국 사람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싸이 신드롬'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0년대부터 여러 음반을 기획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구씨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수만의 젊음은 가득히' 등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로도 활약했다. 올해 제14회 정동문화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현재 SBS 러브FM '김태욱의 기분 좋은 밤' 등에 출연하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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