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택 “아이 손잡고 본 첫 영화, 뿌듯”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6일 07시 00분


강렬한 인상 탓에 15년간 한정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배우 김구택. 그가 영화 ‘최종병기 활’을 통해 한층 다양해진 스펙트럼의 연기에 도전했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강렬한 인상 탓에 15년간 한정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배우 김구택. 그가 영화 ‘최종병기 활’을 통해 한층 다양해진 스펙트럼의 연기에 도전했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 김구택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최종병기 활”

개성 강한 외모와 연기로 많은 영화를 통해 낯익은 배우 김구택.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품 속에 녹아들었지만 한정된 캐릭터로만 관객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가 10일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로 새로운 길에 나섰다. 어렵고 힘겨운 연기 생활을 이어오며 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구택이 스포츠동아의 지면을 통해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썼다.

그동안 개성 강한 외모로 캐릭터 제약 많아
‘활’ 쏘고 내 안의 새로운 나를 발견
고생한 만큼 보람…요즘 난 참 행복하다 하하


당신을 만나 사랑하고 아이들을 키운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어. 배우를 꿈꾸며 오로지 영화의 길을 내달려온 것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20여편이 훨씬 넘는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스포트라이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남편 탓에 풍족한 살림살이는 꿈도 꾸지 못했던 당신, 미안하고 그저 고마울 뿐이야.

하지만, 여보. 그동안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는 걸까. 영화 ‘최종병기 활’(제작 다세포클럽)이 조금씩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고, 나 역시 그 덕을 보는 것 같아.

내게 ‘최종병기 활’은 내 연기 인생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어찌보면 다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외모 덕분(?)에 그동안 제한된 캐릭터로서만 관객에게 다가간 터였어. 하지만 이 영화, 내게는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이제야 비로소 다양한 이미지의 연기자로 비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고 있어. 내 스스로도 내 안에 ‘이런 면이?’라는 생각으로 놀랄 정도이니, 참 행복하다.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극장을 찾아 아빠의 영화를 보여줬어. 아직 당신은 보지 못했지? 이 영화는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에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나선 신궁의 이야기야. 난 거기서 주인공인 신궁의 조력자이자 드라마 속 감초 같은 조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어.

돌이켜보면 대학(단국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그저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줄 알았어. 10대 시절 배웠던 쿵푸가 한때 뮤지컬 극단(에이콤)에서 연기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도 했고. 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어.

그러는 동안 연기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야.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연기로만 당신과 아이들을 책임지기에는 너무도 현실의 벽이 높았지. 어렵고 힘겨울 때일수록 그런 다짐을 갖게 한 것도 바로 당신과 아이들이야.

무대 위에 오르면 커튼콜의 희열이 느껴지고, 달리고 구르며 뛰었던 영화 촬영이 끝난 뒤 관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부심을 느낄 때, 난 더욱 힘이 났어. 그런 힘으로 또 버티고 또 새롭게 달려가고 있어. 이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나를 던지고 싶어. 관객에게 말이야.

너무 내 얘기만 했나? 난 요즘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어. 만일 우리 아이들이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당신은 어떨 것 같아? 그렇게 하겠다면 난 말리고 싶지 않아.

과연 아이들이 ‘죽기살기로’ 매달릴 수 있을까 기대를 걸고 힘이 되어주고 싶을뿐이야. 돈을 좀 못 벌면 어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걸로도 충분히 꿈을 이루는 게 아닐까.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