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상위 1% 지도층’ 현빈, 김태평으로 군 입대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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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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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상위 1% 지도층' 현빈, 김태평으로 군 입대 하던 날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지난 6일. 톱스타 현빈(29)의 해병대 입대 하루 전날인 이날, 경상북도 포항시는 하루 종일 북적였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성공으로 인기 최정상의 순간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군대, 그것도 그 힘들다는 해병대에 입대하는 그를 보기 위해서다.

이날 미리 포항시내의 숙소를 잡은 국내외 언론들은 어림잡아 약 30여 매체. 취재 경력 4년여 동안 많은 군 입대 현장을 다녔지만 이처럼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연예인은 별로 없었다.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500여 명의 팬들은 현빈의 입대를 보기위해 새벽부터 분주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500여 명의 팬들은 현빈의 입대를 보기위해 새벽부터 분주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현빈 취재하러 왔어요?" 현빈 특수에 포항시도 들썩~

포항 역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에서 친절한 기사님은 기자임을 눈치 채고는 현빈이 입대할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위치와 근처 맛집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현빈의 입대는 나이 많은 택시 기사에게도 관심의 대상일 만큼 핫이슈 인 것 같았다.

다음날 새벽 포항시 오첩읍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정문에 도착한 기자는 이미 도착해 있는 500여 팬들과 취재진, YTN 생방송 SNG 차량을 보며 다시 한번 현빈의 인기를 실감했다.

이날 포항시에서 장사를 한다는 십여 명의 아주머니들은 현빈의 입대에 1만 명이 모인다는 소문에 어묵과 커피를 파는 리어카를 이끌고 나왔다고 한다. 택시도 십여 대가 대기하며 현빈 팬들을 태우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추위에 떨며 약 4시간여를 기다린 오후 12시.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정문을 개방했고, 그 사이 늘어난 약 700여명의 팬들과 취재진은 현빈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뛰었다.

▶오후 1시, 까까머리 톱스타 현빈 나타나다

해병대 관계자들과 약간의 마찰은 있었지만 무리 없이 좋은 위치를 잡은 본 기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오후 1시. 해병대 교육훈련단 안은 현빈 팬들과 취재진 그리고 다른 훈련병들의 가족들과 섞이며 약 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혼잡한 속에서 오후 1시35분, 입소 전 팬들과 취재진을 만나기 위해 현빈이 등장했다. 카키색 사파리 점퍼와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열화와 같은 함성에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나타난 현빈은 "2년 후 다시 돌아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큰절을 올렸다. 한 손으로는 살짝 흐른 눈물을 훔쳤다.

약10분 정도의 만남을 끝으로 현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팬들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 해병대의 교육훈련단 연병장으로 떠났다.

해병대 1137기 훈련병 김태평은 762명 동기들과 함께 어버이 은혜를 목놓아 불렀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해병대 1137기 훈련병 김태평은 762명 동기들과 함께 어버이 은혜를 목놓아 불렀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어리바리 훈련병 김태평, 긴장 또 긴장…

오후 2시.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연병장에는 '상위 1% 사회지도층' 김주원 을 연기한 톱스타 현빈은 없었다.

그 대신 여느 신병들과 다름없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인간 김태평을 볼 수 있었다. 한국나이로 30살인 그는 막내 동생뻘인 훈련병 동기들 틈에 서 있었다. 맨 앞줄에 줄을 선 그는 184cm 의 큰 키와 조각 같은 얼굴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았어도 762명의 훈련병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해병대 1137기 훈련병 현빈 아니 김태평은 다른 훈련병들과 마찬가지로 오와 열을 맞추고 어버이 은혜를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시 한번 큰절을 올린 현빈의 모습은 카리스마를 쫙 뺀 영락없는 '어리바리' 훈련병이었다.

교관의 고함에 흠칫 놀라고 대형을 맞출 때도 정신이 없는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다. 군기가 바짝 든 그의 눈빛은 이제 21개월을 군대에서 버텨야 하는 앞날이 깜깜한 신병 그 자체였다.

순간 그의 모습에서 민방위 1년차인 기자의 머리 속에는 10여 년 전 강원도 춘천의 102보충대로 입대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들이 입소 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긴장감은 느꼈을 터.

기자의 마음이 아닌 인생의 선배이자 군대 고참으로서 '현빈 이제 고생문이 열렸구나!', '지금은 아무생각도 안날 꺼야', '지금 저 순간에는 애인도 친구도 다 관두고 엄마가 가장 보고 싶지….'등의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배우 현빈이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입대전 가진 팬미팅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배우 현빈이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입대전 가진 팬미팅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굿바이 현빈'

이런 저런 생각에 과거를 잠시 회상을 할 때 카키색 점퍼와 가방을 맨 현빈은 동기들과 연병장 넘어 막사로 저만치 사라져갔다.

그 와중에 훈련병 김태평은 옆에 동기가 가방을 떨어뜨리자 주워서 챙겨주기도 했다. 정말 순도 100%의 해병대 훈련병이 된 것.

병역 비리 스타가 끊이질 않는 연예계에서 현빈의 마지막 뒷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여담이지만 이날 해병대는 톱스타 현빈의 입대로 1조원의 홍보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해병대 1사단이 밝힌 현빈의 첫 월급은 7만 8300원이다.

기자는 훈련병 김태평이 21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톱스타 현빈으로 무사귀환 하길 빌며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나섰다.

경북 (포항) |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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