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면에서 갑자기 왜 옷을 벗지?” TV 속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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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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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캡쳐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캡쳐
6일 방송한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는 주연배우 송일국(최강타 역), 한채영(진보배 역), 한고은(비비안 캐슬 역)이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은 장면이 약 8분 간 방송됐다. 7일 방송에서 송일국과 유인영(장미 역)이 처음 마주친 곳도 수영장이었다.

카메라는 극중 잠입 취재를 하는 기자로 나오는 한채영이 극소형 카메라를 비키니 가슴 선에 부착한 장면을 부각했고, 한고은의 비키니 몸매를 아래에서 위로 훑었다. 한고은과 상대배우가 마주보며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는 한고은의 엉덩이를 화면에 잡은 뒤 그 뒤쪽으로 상대 배우의 얼굴을 비추는 촬영 기법을 썼다.

7일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남자 출연진 네 명이 대중목욕탕에서 상반신을 벗고 씻으면서 게임을 하는 장면이 14분 정도 방송됐다. 화면 밑에는 '이 탄탄한 복근의 주인공은 누구?'와 같은 자막이 떴다.

연예인이 TV에서 잘 가꾼 몸매를 드러내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일반화된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맥락상 불필요한 장면에도 노출 장면이 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진이 복근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시 되면서 TV가 시청자를 노출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출연진 '노출' 적극 홍보

방송사들은 출연진의 노출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적극 홍보한다. 시청자들이 '저 장면에서 갑자기 왜 옷을 벗지?' 라는 생각이 드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노출 장면들도 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는 셰프로 나오는 이선균(최현욱 역)이 요리사들을 옥상으로 불러 모으는 장면이 나왔다. 요리사들을 야단치기 위해 불러 모은 뒤 이선균은 갑자기 '벌칙'으로 옷을 벗으라고 지시했다.

방송 다음날 MBC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드라마 '파스타', 파스타 라인 복근 공개, 시청률 18.2% 기록'이라는 제목의 홍보자료에서 "'파스타' 속 복근남 노민우, 현우, 최재환의 몸매가 전격 공개되며 설 연휴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궜다"고 밝혔다.

MBC '신이라…'도 드라마 방영 전 "군더더기 하나 없는 글래머러스한 유인영이 입은 수영복은 8등신 몸매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디자인으로, 유인영의 잘록한 허리와 글래머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송일국이 말처럼 단단하고 온 근육이 꿈틀대는 듯 탄력적인 몸으로 돌아왔다.여타 식스팩 상체를 가진 이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단단한 하체까지 갖게 된 강철 남자, 그리고 운동 트레이너가 지어준 별명 '말벅지'를 갖게 됐다"는 내용의 홍보자료와 사진을 공개했다.
KBS2TV 드라마 '추노'도 장혁, 오지호 등의 복근 노출을 사전에 홍보했다. 또 여주인공 이다해의 상반신 가슴선 노출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오히려 드라마를 더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 노출 당연시하는 TV

시청자들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노출, 줄거리와 무관하게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과도한 노출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한다. '신이라…' 인터넷 게시판에 시청자 박인주 씨는 "주객이 전도되는 것도 아니고, 연기력은 꽝인데 몸 만드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송 평론가들은 사회가 개방화되면서 연예인 노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구잡이 노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예능프로그램에서 MC가 출연진에게 '복근 좀 보여주시죠'라고 말하는 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등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노출에 둔감하게 만들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노출을 당연시 하는데 사실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의 육체를 보여주는 비주얼 요소를 강화하며 과거의 금기를 깨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도한 노출 수위와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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