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5년만에 연기 컴백 박영규 “숨어지낸 5년 자살도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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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7시 00분


하늘나라 간 아들이 그랬죠 ‘순풍산부인과’ 속 아빠는 나의 자랑이라고
다시 연기 시작한 지금, 진짜 시간이 잘 가요
‘아빠 멋져!’ 아들도 응원해 주네요

‘시트콤 왕의 귀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로 5년 만에 컴백한 박영규. 그는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돼서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트콤 왕의 귀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로 5년 만에 컴백한 박영규. 그는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돼서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들에게 배우로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게 반가워하니 하늘에 있는 아들의 응원과 격려가 들리는 것 같아요.”

박영규는 활력이 넘쳤다. 특유의 우람한 목소리는 한 옥타브쯤은 더 높아졌고, 표정과 동작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 ‘주유소습격사건’의 박사장 그 모습이었다.

‘주유소 습격사건2’(감독 김상진, 제작 시네마서비스·감독의 집) 개봉을 앞두고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영규는 악수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에게 “영화 어땠냐”며 질문을 던졌다. 12일 열린 기자·배급 시사회에서 “5년간 우울한 날들을 보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고 했던 그는 며칠 사이 이미 큰 에너지를 받은 듯했다.

2004년 3월 외아들을 미국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잃고 자살을 생각할 만큼 실의에 빠져있던 박영규에게 ‘주유소 습격사건2’는 5년 만의 연기 복귀작이다. 그는 2005년 12월 현재의 아내와 결혼해 그동안 캐나다에서 연기와 담을 쌓고 살아왔다.

“중1때 아들을 미국에 (유학)보내놓고,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프고 미안함이 컸죠. 사고 당시를 떠올리면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싶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어요. 그래서 5년간 철저히 숨어 아들이 당한 고통만큼 나도 똑같은 고통 속에 살고 싶었어요.”

박영규는 김상진 감독의 “선배님 아니면 안된다”는 설득과 ‘주유소 습격사건2’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박사장’ 역할에 다시 빠져들게 됐다.

“‘순풍산부인과’ 출연시절, 내가 아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는 박영규는 “아빠가 제일 잘하는 건 연기”라고 말하던 아들에게 ‘널 위해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1월 탤런트 이광기가 아들을 잃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가슴에 묻은 아들 생각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최근엔 아이티 대지진 참사에 희생된 사람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고 한다.

“1편 보다 더 잘해야 한다,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내 감성을 믿고 했어요. 사람들이 반겨주니 너무 고마웠어요.”

최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후 ‘코미디의 신이 돌아왔다’는 댓글을 보면서 웃음은 모든 것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한때 필리핀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다 실패를 맛보기도 했던 박영규는 “아빠는 패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성격이라 사업은 하지 말라”는 아들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배우’로만 살기로 했다.

코믹 연기자 이미지가 강한 박영규는 앞으로 진지한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성 있는 연기자’로 살겠다고 했다.

“새로운 엔터테이너로 사람들에게 박수 받고 싶어요. 그러면 아들이 하늘에서 ‘아빠 멋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줄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시간이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가지 않으니까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고 폐인이 되는 거죠. 지난 5년간 그걸 경험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잘 갑니다.”

■ 캐나다에선…

못 지켜준 아들에게 속죄하며 새 가족과 의미있는 시간보내

박영규는 2005년 지금의 아내 김모 씨와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홀연히 캐나다로 떠났다. 그의 지난 5년은 어땠을까. 박영규는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고 했다.

박영규는 2004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때 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신부 측 하객으로 온 김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가까워질 즈음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고, 박영규는 김씨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1년 만인 2005년 12월 결혼을 했다.

박영규는 “실의에 빠져 있던 내게 아내가 ‘가자’고 해서 캐나다로 갔다”면서 “아내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가족과 서로 소통하고 나누면서 평범한 가장, 평범한 아버지와 남편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먼저 간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았지만, (술 등으로)폐인처럼 살거나 헛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면서 “캐나다에서 5년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어떤 삶이 와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았다. 내 인생에 헛된 시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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