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예능力’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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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형 인간’보다 감성형․소프트웨어형 인간 선호 트렌드 반영
-주간동아 718호 커버스토리

재치 있는 말솜씨, 유머감각, 순발력, 긍정적인 상황대처능력을 포괄하는 ‘예능력’이 현대인의 ‘생존덕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센스’로 치부됐던 유머감각과 ‘말빨’은 이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취업 면접 때도 말재주 좋은 사람이, ‘결혼시장’에서도 센스와 유머로 중무장한 이성이 인기를 끈다. 인생의 중요한 관문마다 남다른 센스, 즉 예능력을 갖춘 이들이 핵심 인재로 여겨지게 되자 ‘썰렁한’ 사람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되는 형국이다.

완벽하게 짜인 대본이 없어 순발력 있는 리액션을 보여줘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들도 예능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정이 됐다. 서인영, 김태원, 황정음, 한성주 등 뜻밖의 인물들이 잘 고른 예능 오락 프로그램 하나로 ‘그냥’ 연예인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음하기도 했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가 꼽는 예능력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대화의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촌철살인’의 코멘트를 날릴 수 있는 맥락 파악 능력을 갖췄고 △‘말 비틀기’를 잘하고 다른 사람 흉내를 잘하는 언어능력과 관찰력을 지녔으며 △ 웃길 내용을 준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반응하는 임기응변 능력이 있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웃음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적 역할에 강한 것.

기업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갖춘 인재’로, 주변인들에게는 ‘소통이 잘돼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최고의 대화상대’로 꼽히는 ‘예능력자’들이 득세하게 된 배경은 뭘까.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의 황선길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이를 우리나라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묵묵하게, 오차 없이 일하는 ‘돌쇠형’ 인재가 각광받았다면 지금은 튀는 발상과 아이디어로 가득 찬 ‘예능형’ 인재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 그는 “제품과 서비스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넣는 ‘감성’과 ‘소프트웨어’가 화두가 되는 산업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외국계 기업의 수평적 문화가 국내 기업 문화 속으로 스며든 것도 ‘예능력자’의 몸값 상승에 기여했다. ‘사장의 비밀’의 저자인 ‘MPR & 커뮤니케이션즈’ 최진택 대표는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명령형 또는 지시형이 아닌, 화합형 인재들이 돋보이게 되면서 예능력을 갖춘 이들의 공통적인 장점, 즉 조화로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예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첫 단계는 뭘까. 먼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정서가 ‘웃음 코드’로 활용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광 받는 연예인 캐릭터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요즘 가장 ‘뜨는’ 코드는 ‘낙오자 정서’다. 아웃사이더적 이미지로 인기를 모으는 김태원, 이하늘, 길이 이 코드를 대표한다. 경제불황기의 대중은 이들을 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 심리를 얻게 된다. 붐, 김나영, 조권 등은 이와 비슷한 맥락의 ‘싼 티’ 콘셉트를 전면에 내걸어 화제가 됐다.

과학자들은 특히 본능적으로 상황이나 사물을 권력관계로 파악하는 남성의 경우 상대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길 때 더 잘 웃는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개그의 소재로 삼고 ‘낮은 대로 임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남들을 웃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직설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 다소 밉살스러운 ‘왕비호’ 윤형빈, KBS아나운서 전현무, ‘컬투’의 정찬우·김태균 캐릭터도 요즘 잘 ‘통하는’ 코드다. 이들의 직설 화법과 거침없는 입담은 솔직 담백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 현대인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유머, 화술, 리더십 등 예능력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다행히 예능력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주간동아’는 ‘인기남’ ‘인기녀’ 로 거듭나기 위한 ‘예능력 증진 시크릿’과 탁월한 ‘예능지수’로 입소문난 명사들의 비범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썰렁함 대신 후끈한 예능력으로 중무장한 당신에게 경인년 새해, 더 많은 기회와 행복이 찾아올지니.

※자세한 내용은 시판중인 주간동아 718호(1월5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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