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장영화, 청소년은 못본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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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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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등급 ‘바람: wish’ 이성한 감독
“부산영화제선 15세 등급… 이해 못해”

“아들과 함께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성인 관객들을 접할 때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청소년을 위해 만든 성장영화인데 정작 청소년이 못 보게 됐네요.”

영화 ‘바람: wish’를 만든 이성한 감독(사진)의 말. 11월 26일 개봉한 ‘바람: wish’는 개봉 2주 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18세 이상) 판정을 받았다. ‘자극적으로 폭력을 묘사하고 대사와 주제에 있어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이었다.

‘바람’은 1997년 부산의 상업고교를 배경으로 주인공 ‘짱구’가 불법 서클 가입과 아버지의 죽음 등을 겪으면서 앓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99개 스크린에서 6만여 명이 봤다.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아 청소년 관객에게 공개했는데 영등위는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배경이 된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고등학생들의 욕설과 싸움, 흡연 장면 등이 등장한다. 영등위는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 돌멩이로 상대를 치려는 장면, 대걸레로 선생이 학생을 체벌하는 장면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사고뭉치 주인공이 좌충우돌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욕설이나 싸움 등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영등위에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 8일 오후 8시 서울극장에서는 관객과 중고교 교사들을 초청해 영화의 18세 이상 판정이 정당한지를 주제로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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