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황당한… ‘볼것없는’ 결혼식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신부들의 전쟁’은 토라진 두 친구의 유치한 감정싸움을 비현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신부들의 전쟁’은 토라진 두 친구의 유치한 감정싸움을 비현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美서 혹평 ‘신부들의 전쟁’

2일 개봉한 ‘신부들의 전쟁’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12세 미만 관람가’로 잘못 이해하고 만든 듯한 영화다. 결혼과 예식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오히려 10대 초반 자녀의 관람은 제한하는 편이 좋다.

엠마(앤 해서웨이)는 ‘키 큰 미남과 6월에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결혼하겠다’는 꿈을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간직해 온 예비신부다. 그런데 평소 차분한 성격이던 그가 결혼을 앞두고 야비한 싸움꾼으로 돌변한다.

싸움의 상대는 죽마고우 리브(케이트 허드슨). 찰떡 우정을 자랑하던 두 사람은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겹치자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으르렁댄다. 이상적인 결혼식에 대한 둘의 꿈이 똑같았다는 것이 이 영화가 내세우는 ‘전쟁’의 이유다.

예비신랑들은 그냥 기분 좋게 합동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하지만, 이 친구들은 좋아하는 예식 스타일이 다르다며 거절한다. 한술 더 떠 죽도록 미워진 친구의 결혼을 망치기 위해 엽기적인 소동을 벌인다. ‘영화니까’라고 넘기기에는 억지가 지나치다.

엠마는 염색약을 바꿔치기해 리브의 머리를 새파랗게 물들이고, 리브는 선탠 기기를 조작해 엠마의 피부를 오렌지색으로 만든다. 리브의 처녀파티에 뛰어들어 난장판을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엠마를 보다 못한 예비신랑이 “제발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소리친다. 결과는 황당하다. ‘이해심 부족한’ 예비신랑은 결혼식 도중 쫓겨나고, 더 잘생긴 남자가 금세 빈자리를 채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1월 개봉해 4주 만에 박스오피스 12위로 밀려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관객과 평론가가 함께 참여하는 인터넷 리뷰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닷컴’ 평점은 6일 현재 12%(100% 만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훌륭한 투 톱 주연을 쓰고도 졸작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썼다. 뉴욕포스트는 “예고편에 속지 말고 12달러(티켓 가격)를 아끼라”는 경고성 혹평을 실었다.

보스턴글로브는 “유아적이고 혐오스러운, 배우와 관객을 모독하는 영화”라고 했다.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하지 않는 결혼식은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 씨는 “영리한 배우 해서웨이가 중앙처리장치(CPU)를 잃은 컴퓨터처럼 연기했다”고 꼬집었다. ‘신부들의 전쟁’은 해서웨이가 쌓아온 탄탄한 필모그래피에 부끄러운 흉터로 남을 영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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