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사랑했던 기억의 빈자리 ‘사랑 후에 남겨지는 것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사랑의 기억은 어디에 새겨지는 것일까.

19일 개봉하는 ‘사랑 후에 남겨지는 것들’은 한 노부부의 사별(死別)을 통해 짝 잃은 모든 연인의 공통된 질문을 파헤친다.

1994년 ‘파니 핑크’에서 젊은 여인의 사랑 찾기를 그렸던 도리스 되리 감독이 평생 해로한 부부의 이별로 시선을 옮긴 작품. 해답의 열쇠는 ‘파니 핑크’에서도 인상적인 요소로 삽입됐던 춤과 음악에 있다.

독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남편 루디가 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트루디는 부부동반 여행을 제안한다. 베를린을 찾은 부부는 낯설어진 자식들과 어색한 재회의 시간을 갖는다. 여행 도중 뜻밖의 이별을 겪는 루디와 트루디 부부. 남겨진 사람은 당연하게 여겼던 반쪽의 빈자리 때문에 상상 못했던 괴로움을 겪는다. 되리 감독은 2시간 넘는 상영시간 내내 오래 묵은 사랑 얘기만 늘어놓지는 않았다. 갑작스레 부모를 맞이한 자식들의 수군거림은 객석에 앉은 불효자식들의 양심을 아프게 찌른다.

“갑자기 왜 오신 거래?”

그 말을 엿들은 부모는 자식이 들을세라 조용히 서로에게 속삭인다.

“애들이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잖아…. 집으로 돌아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던 시간을 당연히 여긴 것이 미안해 임자 잃은 반려자의 헌옷을 외투 안에 겹쳐 입는 사람. 삶의 모든 몸짓에 사랑하는 이의 숨결을 묻혔던 주인공은 영화 끝에서 연인을 다시 만날 방법을 찾는다. 3분 안팎의 노출(목욕) 장면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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