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널 사랑해봐…날봐, 몸꽝도 천하무적 됐잖아”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흥행돌풍 ‘쿵푸 팬더’ 주인공 ‘포’가 말하는 인기비결

내 이름은 ‘쿵푸 팬더 포’. 내 얘기 한번 들어 볼래?

키 120cm에 몸무게 160kg. 완벽한 D라인 복부비만이라 아래를 봐도 내 발가락이 안 보여. 화나면 먹어 대는 습관 때문에 입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레서판다 ‘시푸’ 사부는 나보고 “눈 풀리고 뒤태 뒤룩뒤룩하고 팔뚝 흐늘흐늘한 몸꽝”이랬어.

그런데 참 이상해. 한국 극장에 내가 나타난 지 11일 만에 243만 명이 이런 나를 보러 왔어. 같은 소속사(드림웍스)의 초록색 뚱보 친구 ‘슈렉’이 4년 전 세운 애니메이션 한국 최다 관객 동원 기록(340만 명)을 곧 넘을 거래.

비결이 뭐냐고? 그런 건 없어. “특별한 요리를 만들 때는 특별하다고 믿기만 하면 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그저 ‘나는 특별하다’고 스스로 믿었을 뿐이야.

○ “세상에 우연은 없어”

나도 처음에는 당치 않다고 생각했어. 거북이 ‘우그웨이’ 대(大)사부가 나를 ‘용의 전사’로 지목한 거 말이야. 다들 “사고다! 우연이다!” 난리였잖아. 그런데 대사부가 단언하시는 거야. “세상에 우연이란 건 없다”고.

그래도 내가 어떻게 망나니 표범 ‘타이렁’과 맞서겠어? 다 때려치우고 아버지랑 국수나 말고 싶었지. 오기가 나서 버틴 거야. 시푸 사부가 자꾸 “냄새난다”고 괄시하잖아. 진짜 상처 받았어. 무력한 채 사는 건 더 큰 고통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니까 시푸 사부가 점점 따뜻하게 대해 주셨어. “애정과 믿음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다”고 우그웨이 대사부가 시푸 사부를 타이른 덕분이란 건 나중에 알았지만.

○ “비결이란 건 따로 없어”

타이렁이 탈출했다며 시푸 사부가 “아주 나쁜 소식”이라고 호들갑 떨었을 때 우그웨이 대사부는 의연하게 “소식은 소식일 뿐,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은 없다”고 하셨어.

불경에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가르침이 있다지? 신라 때 원효 스님이란 분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비슷한 깨우침을 얻었대. 용 문서에 담긴 절대 파워의 비밀도 그런 거였잖아. 벽을 뻥뻥 뚫는 괴력을 갖게 될 줄 알았지만 어렵게 열어 본 용 문서는 백지였어.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고생 끝에 얻은 불경도 처음엔 백지였대. 석가여래가 “좀 더 쉬운 걸 주겠다”며 글자 있는 것으로 바꿔줬지만.

용 문서를 펼쳤을 때 매끈하게 윤기 나는 백지에 비친 건 내 얼굴이었어. 절대 무공의 비결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거야.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긍정과 믿음.

○ “오늘의 나를 믿고 사랑하는 거야”

나랑 싸우다 지친 타이렁이 큰소리를 쳤어. “네 놈은 날 이기지 못해! 넌 한낱 미련한 판다일 뿐이야!”

난 기죽지 않고 당당히 대꾸했지.

“난 그냥 판다가 아냐! 세상에 하나뿐인 ‘쿵푸 팬더’야!”

실은 ‘무적 5인방’의 발톱, 날개, 맹독이 부러워. 하지만 우그웨이 대사부는 “완벽해지겠다는 환상을 떨치지 못하면 운명을 완성할 수 없다”고 하셨잖아.

그 말을 곰곰 생각해 보니 내겐 누구에게도 없는 엄청난 엉덩이와 배가 있었어! 엉덩이로 타이렁의 얼굴을 뭉개고, 고탄력 배치기로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렸지. 해답은 나 자신이었어.

“조급해하진 마. 아무 때나 꽃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할 수는 없대. 어제는 사라졌고, 내일은 알 수 없잖아. 선물로 주어진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 봐.”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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