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진재영 “하늘나라 우리 오빠 기뻐할 것”

  • 입력 2008년 6월 6일 07시 44분


매니저 해주던 친오빠 병마로 떠나보내며 3년간 방황, 흙속진주가 너보다 찾기 쉽단 말에 흔쾌히 출연 승낙

“우리 오빠….”

괜한 질문을 했다. 오랜만의 복귀를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진재영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오빠”라고 했다. 그녀의 오빠는 4년 전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등졌다.

진재영에게 지난 3년의 공백기는 사실 오빠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한 시간이었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 걸까”라고 수없이 현실을 부정했던 만큼 그녀에게 오빠의 존재는 컸다. 피붙이로서 또 매니저로서 오빠는 진재영의 손과 발이었고, “그저 열심히 일하는 모습 밖에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던 사람”이었다.

진재영은 “기뻐하겠죠?”라고 되묻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녀가 다시 용기 낼 수 있게 길을 터준 작품은 6일 시작하는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극본 송혜진·연출 박흥식)다.

○ 모든 게 다 물음표가 돼버렸던 지난 3년

진재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주 가까운 사람이 한순간 영원히 사라졌을 때 느끼는 감정은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고 했다. 최근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몇몇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녀는 “섹시한 이미지의 역할만 섭외가 들어와 한동안 쉴 수밖에 없었다”고 활동 공백의 이유를 밝혔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 가슴 속에 있던 더 큰 이유는 “매니저이기도 했던 오빠 없이 그 누구도 만나는 게 두렵고 싫어졌다”는 것이었다. 진재영은 오빠의 죽음 뒤로 연기를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고 했다.

○ “흙속의 진주도 너 찾는 것보단 쉽겠다.”

진재영의 말 그대로 “어쩌면 영영 안 나왔을지도 모를” 그녀를 끌어낸 사람은 ‘달콤한 나의 도시’ 연출자 박흥식 감독이다. 박 감독은 드라마의 세 여주인공중 한 사람인 재인 역을 처음부터 진재영이라고 지목했고, 스태프는 올 초부터 ‘진재영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두문불출했던 진재영과 연락이 닿기는 쉽지 않았다. 재인 역을 두고 비공개 오디션도 수차례 치렀지만 박 감독은 “안 되겠다”며 자신을 비롯해 제작진 전체를 동원, 다시 진재영을 수소문하기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진재영이 박 감독과 만난 것은 드라마가 한창 촬영 중이던 3월. 그 첫 만남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작진과 함께 한 자리에서 프로듀서가 ‘흙 속의 진주도 (진)재영씨 찾는 것보단 쉽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직도 있구나. 전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만 했어요.”

○ 어느 날 느낌표를 찍고픈 욕심이 생겼다.

인터뷰 말미에서 불현듯 진재영은 자신의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을 화두로 꺼냈다. 그 댓글은 ‘네가 도대체 무엇을 남겼기에 이렇듯 요란하게 컴백을 운운 하냐’는 것이었다.

악성댓글을 뜻하는 이른바 ‘악플’로 적잖이 상처받았다는 말 대신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재영은 이어 지난 3년을 딛고 다시 일어선 자신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저요. ‘이번에는 완전 컴백, 지켜봐주세요’라고 댓글 달 뻔 했어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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