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우 감독 “특별한 부산영화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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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수상요? 좋은 점은 (상을 받기 전인) 5개월 전만 해도 제 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이제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지요.”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지우(39·사진) 감독. 최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새로운 물결)’의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공산 독재 정권의 막바지였던 1987년을 배경으로 불법 낙태를 소재로 한 작품.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중 티켓을 가장 구하기 힘든 작품 중 하나다.

“1966∼89년 루마니아에선 낙태가 금지돼 있었어요. 지도자가 노동집약적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인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낙태금지법 때문에 수많은 여성이 사망하기도 했어요. 낙태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를 다뤘어요.”

그는 “지금 루마니아 영화계는 15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은 뒤 영화제 수상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기자 소설가 등 다양한 전직을 거친 그는 광고 촬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영화를 찍어 왔다. 그는 “다른 일로 돈을 버는 것은 영화만큼은 내가 원하는 예술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는 클로즈업이 거의 없고 롱테이크 기법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게 특징. 그는 “영화가 끝날 때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현실에선 없는 일”이라며 “밤에 잠들면 내일 아침에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우리 삶의 진실에 최대한 가까운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공산정권 시절의 6가지 코믹 에피소드를 담은 ‘황금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에 돼지고기를 먹는 게 전통인데 당시에는 가난해서 먹을 수가 없었어요. 주인공이 친척에게 살아 있는 돼지를 받는데 이웃에 티를 안 내고 죽이려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습니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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