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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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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일본 영화상을 석권하고 있는 ‘훌라걸스’의 이상일 감독이 한국 개봉(3월 1일)을 앞두고 내한했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 영화의 제작사도 재일교포 이봉우 씨가 대표로 있는 씨네콰논이다. 이 감독은 일본영화학교 졸업작품 ‘청’으로 주목받은 뒤 ‘보더라인’ ‘69 식스티 나인’ ‘스크랩 헤븐’ 등을 연출하며 일본 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훌라걸스’는 1960년대 일본 탄광촌에서 광원의 딸들이 폐광 위기에 놓인 탄광을 대신해 들어서는 리조트에서 활동하기 위해 훌라춤을 배우며 인생을 알고 꿈을 이루는 드라마다. 후쿠시마(福島)의 휴양지 ‘하와이안즈’의 탄생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 등 5관왕을 차지했으며 도쿄의 영화 기자들이 주는 블루리본상, 닛칸스포츠 영화상 등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재일교포가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감독상을 탄 것은 2005년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에 이어 두 번째.
20여 개의 상을 받은 이 감독은 상과 많은 관객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엔 곰곰이 생각하더니 “관객”이라고 답했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보다 균형 감각에 신경 썼다”는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탄광촌에 하와이를 만든다는 얘기에 이 감독도 처음엔 “바보 아니야?”했다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감동 실화는 일본에서 15억 엔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발버둥치며 사는 모습이 때론 흉하기도 하고 때론 아름답지만 사람들이 생을 마주하는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오다리기 조, 쓰마부키 사토시 같은 일본의 톱스타들과 작업했고 이번 영화에도 청춘스타 아오이 유가 나온다. “출연료가 많이 들었겠다”고 하니 그는 “한류스타보단 비싸지 않다”며 웃었다. 일본에서는 작은 영화에도 톱스타가 많이 출연한다.
“시스템의 차이겠죠. 일본에서는 적은 돈으로 만들어 소규모로 개봉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확립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폐해도 있고요.”
그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감독은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그가 본 최고의 한국 영화라고 했다.
한국인으로서 “특히 일본 사람들에게는 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는 그는 “‘재일교포들이 왜 일본으로 건너왔고,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이야기를 담은 역사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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