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호 교수의 미디어월드]신문도 쪼개 팔 수 있을까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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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주 수익원은 소수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1년에 몇 권 팔리지 않는 다수의 인기 없는 책들이다. 마케팅 업계의 불문율인 중요한 소수 20%가 80%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파레토 법칙’과 배치되는 사례다.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 씨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중요하지 않은 다수’ 즉 80%의 비주류 소비자들과 그들이 원하는 비주류 상품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긴 꼬리(long tail)’ 마케팅이라는 개념으로 파레토 법칙에 대한 역발상 전략이다.

긴 꼬리 마케팅은 기존 블록버스터 중심의 마케팅에서 틈새 마케팅으로, 주류 타깃에서 비주류 타깃으로, 대중을 위한 전략에서 소수를 위한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마존 외에 구글 광고나 이베이, 아이튠의 음악 서비스도 이 전략의 성공 사례다. 이런 성공 기업들의 후광 효과나 홀대받던 다수의 반란이라는 극적인 반전 덕분에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에서 ‘긴 꼬리’는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긴 꼬리 마케팅은 혁명적 변화를 겪는 신문 비즈니스에서도 하나의 대안 전략으로 검토되고 있다. 만인을 위한 일반적 기사로 채워진 신문이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가진 긴 꼬리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뉴스 아이템을 개발해 이를 쪼개어 팔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뉴욕타임스의 유료 온라인 구독 서비스 ‘타임스실렉트’도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긴 꼬리 마케팅이 주류 신문사들이 채택하기에 합당한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틈새 콘텐츠는 주류 신문사의 사업 영역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산악자전거 타기나 맛집 정보를 커뮤니티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무료로 얻으려고 하는 이들이 굳이 돈을 내고 신문사 사이트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틈새 정보보다 브랜드 뉴스를 지향하며 일반 주제(general topic)에 집중하는 게 신문의 특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역설이지만 변화의 시대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디지털 시대 신문 비즈니스의 딜레마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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