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天氣누설… 하늘도 용서하겠죠?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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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의 한연수, MBC 뉴스데스크의 현인아, SBS 8뉴스의 홍서연 씨(왼쪽부터)는 “여성 기상 캐스터의 무기는 섬세함”이라며 “화면상에 날씨 그래픽이 보이는 허공을 가리킬 때도 서울과 경기 광주시를 구분해서 짚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은 세 사람을 각각 촬영해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다. 김재명 기자
KBS 뉴스9의 한연수, MBC 뉴스데스크의 현인아, SBS 8뉴스의 홍서연 씨(왼쪽부터)는 “여성 기상 캐스터의 무기는 섬세함”이라며 “화면상에 날씨 그래픽이 보이는 허공을 가리킬 때도 서울과 경기 광주시를 구분해서 짚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은 세 사람을 각각 촬영해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다. 김재명 기자
허리케인 카트리나, 지진해일(쓰나미), 산성비, 황사까지 기상 정보에 대한 수요가 날로 높아지면서 기상 캐스터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명쾌한 날씨 설명과 화사한 미소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여성 기상 캐스터들의 인기는 아나운서 못지않다. 몇몇 여성 기상 캐스터들은 CF, 드라마 출연에 회원 수천 명의 팬 카페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KBS 뉴스9의 한연수(31), MBC 뉴스데스크의 현인아(31), SBS 8뉴스의 홍서연(27) 씨를 만나 기상 캐스터의 삶에 대한 수다를 들었다.

○ 취재력이 신참과 베테랑 갈라

현재 지상파 방송 3사 기상 캐스터 19명(KBS 7명, MBC 7명, SBS 5명) 중 12월 MBC에 입사한 이재승(28) 씨를 제외하고는 전원 여성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홍서연 아나운서 지나간다고 해요. 아나운서가 기상 소식을 읽는 거라고들 생각하시는 거죠. 기상 뉴스 한 꼭지를 위해 한나절을 취재한 뒤 기사 작성을 하고 리포팅 연습에 매달리는데….”(홍서연)

이들의 일과는 기상청 예보문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예보문은 간단명료해요. 취재가 중요하죠.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합니까. 데이터에는 맑음이라고 쓰여 있지만 취재해 보면 ‘대체로 맑은데 출근길에 눈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죠.”(현인아)

1분 분량의 날씨 뉴스를 위해 △세부사항 취재, 시간별 위성사진 파악, 과거 데이터 비교 △날씨 그래픽을 위한 그림 초안 작성 △당일 사건 사고 기사를 챙겨 날씨와 연결 △기사 작성 등의 과정을 거친다. 대기과학, 기상학, 지구과학 등에 대한 공부도 필수.

“아는 만큼 나와요. 한파로 어제가 영하 15도였고 오늘이 영하 10도라면 이걸 날씨가 풀렸다고 해야 할지, 계속 춥다고 해야 할지는 기상 캐스터의 판단입니다.”(한연수)

이들은 “기상 캐스터로 명함을 내밀려면 4계절을 3번은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생활을 날씨에 녹여내다

기상 캐스터로서 여성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세심한 감성과 일상성을 꼽는다.

“맑은 날씨는 웃으며 목소리를 한 단계 ‘업’시켜 밝게 이야기하고 태풍이나 재해 때는 최대한 차분히 전달해요. 녹화 때 날씨에 맞게 연출하기 위해 목도리 30개, 우산 30개, 우비도 노랑, 핑크 등 색깔별로 갖고 있어요.”(한연수)

“무엇보다 생활과 연결하는 게 중요해요. 닷새 동안 흐렸다 갤 때 ‘빨래할 수 있겠네요’라는 멘트 같은 거요.”(현인아)

여성 캐스터들은 기상 뉴스의 매력을 ‘MY News’라는 점에서 찾는다.

“전체 뉴스시간 40분 중 가장 나한테 와 닿는 뉴스 아닐까요. 다른 이슈는 남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소풍, 이사 등 일년에 몇 번은 꼭 자신의 일로 기상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잖아요.”(한연수)

하지만 고충도 많다. 무엇보다 기상예보가 틀렸을 때 오는 항의 전화.

“전화 와서 받았더니 대뜸 ‘비가 와서 지하실에 물 찼다’고 욕설을 퍼붓는 건 차라리 낫죠.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피해를 볼 때 너무 죄송해요.”(홍서연)

방송에서 보이는 날씨 그래픽 부분은 기상 캐스터들에겐 빈 공간. 허공에 대고 날씨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손놀림을 보면 베테랑인지 아닌지 티가 나요.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허공에 정확히 지역을 짚어야 하거든요. ‘청주 날씨를 말하면서 왜 대전을 짚느냐’고 항의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요.”(현인아)

일본은 국가 자격증을 따야 기상 캐스터가 될 수 있다. 미국도 방송국에 자체 기상청이 설치돼 있을 만큼 기상 캐스터의 전문성을 중시한다.

“과도기인 것 같아요. 젊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 장수하는 기상 캐스터가 될 순 없죠. 더 나은 날씨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홍서연)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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