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오명철/한국계 연인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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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국 상류사회에는 동양계 애인 갖기 붐이 일었다. 일식 ‘스시(생선초밥)’와 중식 면류(麵類)를 젓가락질해 가며 먹는 것이 인텔리의 상징처럼 비치던 시절이다.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 등 문제작을 발표해 일약 미국 영화계의 ‘촉망받는 악동’으로 등장한 쿠엔틴 타란티노도 한국계 여성 코미디언 마거릿 조와 사귀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도 이런 붐이 불어 명문대 백인 남학생들이 앞 다퉈 동양계 여자 유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곤 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 겸 배우 우디 앨런이 사실혼 관계였던 여배우 미아 패로를 차버리고 35세 연하의 한국계 입양아인 순이 프레빈과 살림을 차린 일. 패로는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살고 있을 당시 7세 된 순이를 한국에서 입양했다. 결과적으로 앨런은 수양딸과 사랑에 빠진 꼴이어서 엄청난 지탄을 받았고, 지적인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그가 평범한 한국 여성과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할리우드 흑인 액션스타인 웨슬리 스나입스 또한 1990년대 후반 11세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박나경씨와 만나 남매를 낳고 살아오다 지난해 3월 결혼식을 올렸다. 스나입스는 지난해 여름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한국의 처가에도 다녀갔다. 최근에는 ‘더 록’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등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니컬러스 케이지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20세 연하의 한국계 이민자인 앨리스 김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두 번 이혼한 케이지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한 클럽에서 그녀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하룻밤 사랑’에 관한 한 아쉬울 것이 없는 할리우드와 뉴욕의 남성 톱스타들이 연하의 한국계 연인들과 잇달아 가정을 꾸리는 이유는 뭘까? 스타의 아내가 된 한국계 세 여성은 평범한 용모인 데다 돈이 많거나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톱스타들이 진정 간구하는 것은 평범함과 순수함, 남성에 대한 헌신, 가정의 안식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스타 사위’들이 한국계 아내의 품 안에서 오래도록 안식하기를 바라면서, 한국 남성의 매력이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사로잡게 될 날도 기대해 본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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