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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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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민영방송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은 아직도 20세기적 역할과 기능에 머물러 있고, 시청자는 여전히 공영방송의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채널 수가 고정되어 있는 지상파방송의 경우 영향력이 그 어느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걸맞은 공영방송의 모습이나 ‘방송수용자의 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실상이기도 하지만,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KBS 특감 결과를 통해 우리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하고 보니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KBS는 과연 공영방송인가. 공영방송의 가장 큰 개념적 정의는 첫째, 정부나 상업적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재정이 국민의 전파수신료로 충당되어야 하고 둘째, 운영 주체나 목적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KBS는 수신료가 전체 수입의 39%에 지나지 않는 ‘상업적’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이미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KBS는 이름만 공영방송일 뿐 민영방송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국민이 매달 수신료를 내야 하고 또한 100% 정부출자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관리 감독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록 헌법재판소가 수신료를 세금이 아닌 ‘특별부담금’이라고 보긴 했지만(98헌 바70), 그 판단의 당부를 떠나 특별부담금 또한 일종의 ‘목적세’로서 실질적인 의미의 조세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상 그 부과와 사후 통제는 마땅히 입법부의 몫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법은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권한을 KBS에 위임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예결권을 어떻게 해당기관에 위임할 수 있는가. KBS의 방만한 조직과 비합리적 경영,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방송법 제44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화합과 민주적 여론 형성에 이바지’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목적과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수신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다.
▼공영성 확보가 수신료 근거▼
아무리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해도 지상파 방송은 국민의 공공자산이며, 더욱이 공영방송은 공공자산 중에서도 우월재(優越財)에 속하기 때문에 정부의 압력이나 상업적 이해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KBS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신문과 같은 정적(靜的)인 인쇄매체와 달리 방송매체는 사회의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매체보다도 지대하기 때문에 방송매체를 규율하는 방송법은 그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개혁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요청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박선영 가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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