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V 돈주고 시청률 조작 파문

  • 입력 2003년 10월 25일 0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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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방송인 니혼 TV의 한 프로듀서가 TV 시청률 모니터로 지정된 가정에 사례금을 주고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시청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 프로듀서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이 제작에 관여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 6가지 프로그램을 봐달라고 모니터 요원으로 지정된 가정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프로듀서는 모니터 가정에 한 프로그램당 5000∼1만엔(약 5만∼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례비조로 우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니터 가정에 대한 정보는 엄격한 비밀 사항이지만 이 프로듀서는 흥신소를 통해 일부 모니터 가정의 소재를 파악해 냈다. 흥신소측은 시청률 조사기관인 ‘비디오 리서치’가 모니터 가정의 기계를 수리해 줄 때 사용하는 차량을 미행해 주소를 알아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關東)지방에서는 600개 가정을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 가운데 4곳의 가정이 니혼 TV의 프로그램을 볼 경우 시청률이 0.67% 오르기 때문에 이 프로듀서는 4, 5곳의 가정만 파악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넘어선 10.2∼17.1%를 기록했다.

니혼 TV는 1950년대 초 일본의 첫 민방으로 출발해 스포츠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80년대 들어 ‘재미없는 것은 TV가 아니다’라는 기치를 내건 후지 TV에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가 94년 이래 9년 연속 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다.

시청률은 광고 단가의 기준이 되는 까닭에 일본에서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과 방송 저질화 시비가 벌어져왔다.

니혼 TV의 사장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자에게 사과를 했으나 조직적인 관여는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영 NHK 방송을 비롯해 4개의 민방은 이날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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