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와핑, 멈추지 않는 끈적한 바람…방송사간 진위공방 비화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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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스와핑(부부 교환 성행위)’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14,15일 보도되고 16일엔 한 방송을 통해 말로만 듣던 스와핑 현장 모습이 생생하게 안방에 전해진 이후 파문과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 화면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방송사간에 논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스와핑의 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공방이 뜨겁고, 일부 스포츠 신문과 인터넷 사이트엔 ‘한국 스와핑의 현주소를 알려준다’는 미명하에 낯뜨거운 음란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발단은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의 스와핑 현장 특종▽

MBC는 지난 16일‘아주 특별한 아침’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인 B2E가 지난 4일 서울 강남 경찰서의 취재협조를 받아 경기도 인근의 한 펜션에서 촬영한 ‘스와핑’ 현장을 단독 보도했다.

이날 TV로 방영된 화면에는 스와핑 사이트 회원이라는 30~40대 부부 6쌍이 속옷차림으로 춤을 추고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짝을 지어 각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의 충격과 관심은 대단했다. 각종 토론 게시판에선 “ 스와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법적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봇물을 이뤘으며 간혹 “부부가 합의해 하는 스와핑에 왜 국가가 참견하느냐”는 ‘사생활 침해’ 주장이 제기되면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종’둘러싸고 MBC-SBS 조작 공방▽

이런 가운데 SBS ‘세븐데이즈’(일요일 오후 10시50분 방송)는 19일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의 스와핑 방송 내용이 과장되거나 일부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 방송사간의 싸움에 불을 붙였다.

SBS는 사건 담당 형사의 증언이라며 “당시 펜션 안에서 일어난 일이 스와핑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그들이 상류층인지, 또 실제 부부인지도 확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2E는“‘세븐데이즈’가 편집을 통해 담당 형사의 말을 왜곡했으며 이에 대한 증언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방송된 스와핑은 모두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B2E는 “‘세븐데이즈’가 15일 우리 제작팀을 방문해 스와핑 관련 테입을 살 수 있는지 문의까지 했으나 거절했다”며 “그래놓고도 마치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고 잠적한 것 처럼 보도했다”고 분개했다

MBC 측은 “SBS가 ‘아주 특별한 아침’의 신뢰성을 실추시키고 담당 제작사의 명예를 훼손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강력하게 시사했다.

현재 SBS는 MBC와 사태 해결을 위해 물밑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MBC ‘아주 특별한 아침’ 제작진은 조작의혹을 반박하는 프로그램을 23일 내보내겠다고 발표했으나 SBS와의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방송을 조금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핑’보도 적절했나▽

그러나 현장화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스와핑’에 대한 일반인의 호기심이 높아만 가고 있어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깨비뉴스(http://www.dkbnews.com/)등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언론에 공개된 ‘스와핑’ 사진의 원본인 듯한 적나라한 사진 20여장이 나돌고 있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몰카’ 바람도 이에 가세, ‘부부셀카 스와핑’, ‘압구정 스와핑’, ‘OO 콘도 스와핑’ 등 구체적 지명까지 거론한 동영상들이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각 언론들이 MBC의 자극적 ‘몰카’화면을 인용해가며 경쟁적으로 보도한 것이 ‘스와핑’을 더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TV방송과 스포츠신문들은 ‘전국 스와핑 부부 6000쌍’, ‘스와핑 충격 고백 수기’, ‘외국의 스와핑 사례’ 등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낯뜨거운 사진을 게재하면서, 심지어 인터넷 어디어디에 가면 ‘스와핑 전문사이트’가 있고 포탈 커뮤니티는 이런 단어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고 세세하게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이창현 국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스와핑이 적절한 ‘미디어 아젠다’였는지는 애초부터 의문”이라며 “방송 뉴스에서 나온 ‘몰카’ 장면은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을 스와핑의 현장으로 안내한 셈이다. TV 뉴스가 황색 저널리즘과 스와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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