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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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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드라마는 투기의 화신 등 기존 사극에서 흔했던 여성과 전혀 다른 현대적 여성상을 그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갖은 역경을 딛고 궁중 수랏간의 나인에서 어의(御醫)까지 오르는 ‘대장금’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현대판 ‘커리어우먼’과 다름없다. 또 ‘왕의 여자’도 아버지 선조를 섬기는 궁녀이면서 왕의 아들(광해군)을 사랑해 최고의 권력자로 만들어가는 개똥이의 주체적 삶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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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은 조선 중종 때 수많은 내의원 남자의원을 물리치고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임금 주치의가 됐던 인물이며, 개똥이도 조선시대 3대 요부(妖婦)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둘 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실존인물들이지만 이들 사극은 시대배경과 무대세트만 사극의 외피를 입었을 뿐 현대적 드라마와 시각효과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7일 방영된 ‘대장금’에선 궁중요리사 자격시험을 벌이는 ‘어선경연’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요리를 소재로 한 일본만화의 대결구도를 방불케 하는 장면구성이였다.
‘왕의 여자’는 궁중 사극인데도 임해군을 돕는 검객 이한민(이훈)이 대형 연을 타고 등장하고, 와이어 액션을 하는 등 볼거리를 내세웠다. 다음 주에는 개똥이(박선영)가 꿈에서 광해군(지성)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장면이나 동정원(송이)등 야사(野史)인물을 등장시켜 극적 재미를 한껏 부각시킬 계획이다.
두 드라마의 첫 주 대결에선 3주 먼저 시작한 ‘대장금’(월 28%, 화 32.2%)이 ‘왕의 여자’(월 11.9%, 화 13.3%)보다 앞섰다. ‘대장금’은 매회 벌어지는 궁중요리에 대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흥미를 끌고 있다. 그러나 ‘왕의 여자’는 김재형 PD 특유의 궁중 세력간의 권력쟁투나 이와 관련된 세밀한 심리묘사가 본격화되면 만만찮은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왕의 여자’에서 불같은 성격의 임해군으로 등장한 김유석은 사극에는 처음 출연하는데도 벌써 눈빛 연기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의인왕후 박씨(이효춘)의 ‘∼했스마’ 하는 말투는 ‘여인천하’의 ‘뭬야?’나 ‘다모’의 ‘∼하오’처럼 유행어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재형 PD는 “43년 동안 사극을 했는데도 시청률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깨는 듯한 불안을 느낀다”며 “남들은 ‘피 튀기는’ 시청률 경쟁을 한다고 하겠지만, 제작진은 ‘정말 땀이 튈만큼’ 뛰어 다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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