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세크리터리’…빨간펜으로 그린 엽기性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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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프리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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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크리터리’(Secretary)는 성(性)에 관한 도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범한 20대 여성 리(매기 길렌할)는 변호사 사무실의 비서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보스인 중년 변호사 에드워드(제임스 스패이더)는 유능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따금 찾는 의뢰인을 빼고는 사람의 출입이 드문 사무실의 변호사와 여비서. 불륜과 치정이 얼핏 떠오르지만 법적인 처녀, 총각인 두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면 두 주인공이 옥신각신하거나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일까? 이 작품은 사랑을 다루긴 하지만 관객의 평균적인 상상력을 훨씬 넘어선다.

수수한 외모의 리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고통을 당해야 쾌감을 느끼는 마조키스트. 거꾸로 에드워드는 남을 때리면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사디스트이다.

이 작품의 성에 대한 상상력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에드워드가 서류에서 오자를 잡아내는 빨간 펜은 성적인 상징이다. 서류에 빨간 줄이 그어진 날 에드워드는 리를 사무실로 불러 그녀의 히프를 사정없이 때린다. 엽기적인 수준이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정상’이라는 잣대가 아닌 새로운 눈높이로 볼 것을 주문한다. 2002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18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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