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똥개' 정우성 "건달은 또다른 내모습 아이가"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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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영화관 입구에서 ‘똥개’ 포스터를 보던 두 여성의 대화.

“아니, 어떻게 정우성을 저만큼 망가트릴 수 있어” “그러게∼. 왜 그랬지?”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반항하는 청춘의 상징, CF에서는 세련미 넘치는 부드러운 남자, 정우성(30)이 망가졌다. 초복인 16일 개봉되는 ‘똥개’에서 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릎이 튀어나온 싸구려 체육복 차림으로 어슬렁대는 동네 ‘양아치’이자 본명(철민)대신 똥개로 불리는 백수건달이다. ‘꽃미남’ 정우성이 왜 ‘똥개’가 됐나. 정우성이 털어놓은 다섯 고백.

#1 “느그집에 똥개라는 양아치 있대매?”

왜 하필 ‘똥개’를 택했냐고요? 제목 좋아서 그런 건데.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잖아요. 지금까지 내가 맡은 배역은 대개 닫혀있는데 ‘똥개’의 철민은 그냥 열려있어요. 나도 일없이 빈둥대는 걸 좋아해요. 그런 일면을 극대화하면 내 속에도 철민이 있는 거죠. 그래도 촬영장에선 여전히 긴장할 수 밖에 없는데, 촬영 전날 곽경택 감독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한 적 있어요. “내일 촬영 있다 아이가”하고 튕겼더니, “니는 별로 하는 것도 없다 아이가”해 별 수 없이 엄청 마셨죠. 그 뒤로 확 풀어져서 철민이라는 캐릭터를 즐겼어요.

#2 “옛날에 똥개 싸우는 걸 봤는데,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더라 아이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철민과 진묵(김태욱)이 팬티만 달랑 입고 벌인 난투극을 찍는데 4일 걸렸어요. 주먹소리 효과음 하나 없이 살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그야말로 ‘개싸움’을 한 거죠. 상대 김태욱씨는 병원에 실려 갔다니까요.

왜 그렇게 질기게 싸웠냐구요? 철민은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면서도 상실감을 못느끼는 ‘미숙아’였어요. 엄마가 세상을 뜨기 전 눈물을 흘려도 “하품했을끼야”,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개가 진묵의 손에 죽자,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았고, ‘개싸움’을 하며 그 고통에 충실했던 거죠. 그런데 철민은 이기고 난 뒤 똥개가 아니라 엄마 생각을 하면서 울잖아요…. 철이 든 거죠.

#3 “머 땜에 태어나가 괴롭히냐고?

그 말 진짜가?”

아버지(김갑수)에게 ‘깐죽’대는 철민으로 살면서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생각해봤어요. 아버지와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철민과 아버지의 관계가 부러웠어요. 정말 낳은 걸 후회하냐고 철민이 따지는 대목에서 아버지가 진심을 털어놓을 때는 울컥했고…. 그 나이에 독립하지 못한 철민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랑을 받아봐야 제 발로 설 때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어요?

#4 “이번에는 쫌 확실하게 보이주야

된대이. 머를? 내를”

이미지 변신 때문에 망가졌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 없어요. CF의 깔끔한 내 이미지를 선호하는 이들이 갖는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것도 내 역할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것은 연기자로서 나의 성숙이죠. 연기자들이 영화에서 다른 인생을 살 때도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인가라는 게 드러날 수 밖에 없어요. 그런 면에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나’예요.

#5 “이 자슥아, 세월이 화살이라…화살”

10년 뒤의 모습? 상상이 안되죠, 뭐, 놀고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조바심은 없어요. 내가 꿈꾸는 일을 꼭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 감독이 꿈이에요. 연출 공부를 따로 하냐구요? 아뇨. 연기도 그랬어요. 10년 전, 무지한 상태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현장이 나를 가르쳤어요. 저는 하나 밖에 모르는 성격이라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이 영화가 내 것이라고 여길만큼 집중해요. 그렇게 10년을 지내고보니, 특별히 뭘 배우겠다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현장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운 느낌이에요.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영화 '똥개' 줄거리는▼

밀양 경찰서 수사과장의 아들 철민의 별명은 똥개다.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둘이 살던 철민은 고교 축구팀에서 물심부름만 하고 계속 무시당하는 존재. 그러나 애지중지하던 똥개를 축구팀 선배인 진묵 일당이 죽이자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진 철민은 싸움을 벌이다 퇴학당한다. 그 뒤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놀던 철민에게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생기고, 아버지는 소매치기를 하던 낯선 여자아이 정애를 집에 데려와 친남매처럼 지내라고 한다. 친구의 아버지가 땅 사기 건에 휘말리자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선 철민은 사기꾼 편에 속해 있던 진묵 패거리와 싸우다 잡혀간다. 철민과 진묵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승부를 가리기 위한 1대1 난투극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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