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국여성들에게 말걸고 싶었어요"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46분


1996년 동양인 여성 최초로 진보 신학의 명문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 종신교수가 돼 화제를 모았던 현경(玄鏡·사진) 교수. 그가 3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주 수요일 EBS ‘21세기 여성특강-현경에 비친 생명과 여성’에서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피라밋같은 세상이 공처럼 변하는 것과 같아요. 단순한 여성 운동이 아니라 모든 지배 종속 관계를 없애는 것을 표방하기 때문에 남성도 충분히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지요.”

그는 이 프로그램이 ‘한국 여성에게 말걸기’의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세상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대중 매체를 선택했어요. ‘학자는 TV 출연을 꺼려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교수’라는 직함에 얽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신을 ‘설명’하는 신학자가 아니라, 신을 ‘표현’하는 신학자가 되려고요.”

그는 세계 종교에 나타나는 여성의 모습이 한국 여성에게 시사하는 바를 강의할 계획. 17일 ‘여자란 무엇인가-이브, 유혹자?’에서는 원죄를 불러들인 존재로 규정돼 온 ‘이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현경 교수는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말은 ‘손대지 않는 자연이 있어야 후대까지 남는다’는 생태학적 뜻풀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경 교수의 본명은 정현경(鄭賢璟).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성을 빼고 자신의 이름이 ‘검은 거울’로 풀이되도록 한자를 바꿨다. ‘검은’은 소수자를 대변하고 ‘거울’은 있는 그대로는 보여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의 TV 강연은 내용 전달보다 인터뷰 프로그램같다는 인상을 주지만 현경 특유의 색다른 종교관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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