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3사 월드컵 타령…선수가족 동원 사생활 '도배'

  • 입력 2002년 7월 3일 19시 01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월드컵 폐막 이후에도 비슷한 특집 프로그램과 월드컵 관련 재방송을 내보내 전파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표팀 선수와 가족들을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 다발적으로 출연시켜 방송 3사가 ‘포스트 월드컵’에 대한 대책보다 선수들의 ‘연예인화’에 주력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1일의 경우 KBS1은 무려 15시간15분을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2002 코리아 하나되어 세계로 미래로’는 5부에 걸쳐 방송했으며 이외에 ‘여기는 히딩크 마을, 사랑해요 코리아!’ 등을 방송했다. 2일에도 9시간10분에 걸쳐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시간을 재방송으로 때웠다.

SBS도 1일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만 10시간55분을 방송했으며 이 중 재방송은 7시간35분에 달한다. 이런 추세는 2일(8시간55분 중 5시간10분 재방송)과 3일(6시간5분 중 5시간10분 재방송)에도 이어졌다.

MBC는 1∼3일 하루 평균 6시간 37분을 ‘월드컵이 좋다’ 등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냈으며 이 중 3시간10분을 재방송으로 내보냈다.

선수와 가족들이 나온 방송 3사의 프로그램들도 월드컵 기간 중 상당부분 알려진 내용들을 경쟁적으로 재탕했다.

3일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오전 6시5분)에 박지성 선수의 부모가 등장한 데 이어 KBS1 ‘인간극장’(오후 7시)에는 김남일 선수의 인생 역정이 소개됐다. SBS ‘별난 인생 행운 대역전’(오후 7시5분)에는 김남일 선수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재연해 소개했다.

1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오전 8시30분)에는 홍명보 송종국 김남일 이천수 선수의 가족이 한꺼번에 출연했으며, 박지성 선수와 가족은 이날 오후 KBS1 ‘인간극장’에 또 등장했다.

박지성 선수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그동안 10여 차례 방송 3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성이한테도 그만 나가라고 말했다”며 “하루에도 방송사에서 100여통의 섭외 전화를 받지만 방송에서 비슷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천수 선수의 어머니 박희야씨는 “1일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하고 30분 만에 다시 KBS1의 생방송 ‘2002 코리아 하나되어…’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송 3사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월드컵 성공 국민대축제-대∼한민국’도 약 3시간 동안 동시에 중계했다.

시민들은 방송 3사가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의 문제점이나 월드컵 이후에 대한 대비책을 찾기보다 무조건 월드컵 효과만을 노리고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모씨(52·충북 옥천군)는 3일 동아일보사에 전화를 걸어와 “방송사들이 월드컵으로 한몫 보더니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1~3일 방송3사 월드컵관련 프로그램 총방영시간
()안은 재방송 시간
1일2일3일
KBS115시간15분(3시간25분)9시간10분(4시간)3시간30분(2시간)
MBC4시간55분(1시간30분)8시간45분(4시간)6시간(4시간)
SBS10시간55분(7시간35분)8시간55분(5시간10분)6시간5분(5시간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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