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포토에세이 사람' 잔잔한 감동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7시 51분


서민들의 뭉클한 사연을 흑백 사진에 담은 MBC ‘포토에세이 사람’(월∼목 오전 12·20)이 심야시간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5일 신설된 이 프로는 기존 휴먼 다큐의 서사 구조와 달리 흑백 스틸 사진(정지 사진)을 사용해 차별화를 꾀한다. 사진작가 조기성 이성범 백승우 홍광석이 참여하는 이 프로는 10분동안 40여 컷의 흑백 사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낸다.

17일에는 18년간 남편의 병수발을 든 한영단씨(50)의 고단하지만 행복한 삶을 그린다. 18년전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목욕시키는 한씨는 “그저 살아 있어주는 것만도 고맙다”며 늘 행복해한다.

DJ 배철수의 내레이션도 극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인 중 하나. 그는 담담하다 못해 무뚝뚝한 어조로 감정의 과잉을 억제하면서 자연스럽게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 프로는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두부행상 할아버지를 취재했던 한 작가는 방송을 꺼리는 할아버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루종일 함께 두부를 팔았고 연탄 장수를 섭외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산동네를 뒤졌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볼만한 프로가 생겼다”며 격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포토에세이…’는 선정성과 폭력이 난무하는 방송 속에 모처럼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라고 말한다.

오주환 PD는 “화려한 볼거리도, 유별난 주인공도 없지만 차분히 앉아서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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