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남궁산 개인전 '목판에 아로새긴 자연과 생명의 찬가'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43분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둥근 달을 배경으로 기러기가 날아간다. 우뚝 솟은 나무들이 산 위에 걸린 달과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22일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개막되는 목판화가 남궁산의 개인전에는 이같이 자연의 순수하고 정겨운 모습을 담은 목판화 60여 점이 출품된다.

남궁산은 97년 이후 줄곧 ‘생명’을 주제로 목판화를 제작하고 있다. 남궁산은 사람과 동식물들을 살아 있게 하는 근원적인 힘으로서 자연에 눈길을 주면서 생명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그의 작품에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까치, 달, 나무 그루터기, 개구리, 소나무가 등장한다. 이들은 남궁산의 판화에서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풍경으로 자연과 그 일부인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한 여성이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자신의 판화작품을 보고 위안과 희망을 느꼈다는 편지를 보내온 사연을 전하면서 “내 작품이 상처받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었다고 하니, 내 스스로도 작품 활동에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애틋하고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단순하면서 소박한 이미지로 표출했다”고 그의 작품을 평한다.

남궁산은 오윤 이철수 등 1세대 민중 판화가들의 뒤를 이은 2세대 민중판화가. 민중적 정서와 민족적 감각을 밝고 따스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판화와 함께 안도현 윤대녕 이순원 등의 문인들의 글을 실은 책 ‘생명, 그 나무에 새긴 노래’(이룸)를 이번 전시회에 맞춰 펴냈다. 전시는 9월16일까지. 02-739-4937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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