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시대]'지상파중심' 지나칠땐 케이블TV 再版우려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9분


(下)방송환경 변화

내년 10월 출범하는 위성방송은 국내 방송 산업에 일대 회호리를 예고하고 있다.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컨소시엄은 첫해(2001년) 74개의 채널을 쏟아내고 2005년에는 이를 114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같은 채널 숫자는 기존 지상파TV와 케이블TV를 합한 것보다 많다.

◇ 출혈경쟁땐 '공멸' 가능성

위성방송은 한반도 상공에 떠있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전파를 송출하기 때문에 따로 케이블을 깔 필요도, 난시청지역도 없는 장점을 지닌다. 자연히 방송환경과 판도가 급변할 수 밖에 없다.

위성방송이 조기에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 영상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방송과 ‘출혈 경쟁’을 하게 되면 정반대로 모든 방송이 부실해지는 ‘방송의 IMF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성방송이 과거 케이블TV처럼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연쇄부도 사태를 맞게 되고 방송 내용이 황폐화되는 것이다. 위성방송이 시작되더라도 한동안은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 첫해 3600억 적자 예상

KDB의 당면 과제는 조기 정착과 국내 매체의 균형적 발전 두가지다. KDB는 조기 정착을 위해 수신기(셋톱박스)의 공격적인 보급에 사운을 걸고 있다.

현 시가로 20만원 정도 하는 수신기를 거의 무료로 가입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KDB측은 “시장조사결과, 셋톱박스 조기 보급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적자 예상액은 사업 첫해에 3600여억원, 2차년도에 2800여억원에 달해 초기 투자자본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KDB는 앞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해 2조 4000여억원을 들여 ‘무한 물량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적극 공세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결국은 전화료나 KBS 수신료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KDB의 1, 2대 주주인 한국통신과 KBS가 대표적으로 방만한 공기업이라는 것도 조기 정착의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소.

매체의 균형 발전 문제은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KDB는 한국통신과 지상파방송사인 KBS MBC SBS 등 TV 3사가 경영을 주도하고 있어 위성방송사업이 지상파 방송에 종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같은 TV 3사의 방송 독점은 정치적 입김에 민감한 현재의 왜곡된 방송구조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몇몇 방송사의 독주를 막을 수 없게 되고 따라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위협할 우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수익채널 다툼 치열할 듯

해당 방송사들이 남아도는 인력을 방출하는 창구로 위성방송을 활용해 방만한 경영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로 인해 위성방송에 참여할 의사를 갖고 있는 케이블TV의 PP(프로그램 공급사)와 SO(케이블 방송국)들은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고지를 선점한 지상파 3사가 위성방송에서 스포츠 등 돈이 되는 채널만을 고집한다면 여러모로 취약한 이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강현두 KDB 대표는 “지상파는 공익(공)채널을 우선 맡고 수익 채널을 양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지상파 방송들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

한 SO 사장은 “위성방송이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케이블TV의 PP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비롯되는 방송산업 기반의 붕괴와 왜곡 문제를 걱정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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