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8집 낸 한대수 "마지막 음악魂 담았소"

  • 입력 2000년 12월 4일 19시 38분


“내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생애 8장의 음반을 통해 음악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한 것 같아요.”

‘물좀주소’ ‘행복의 나라로’의 가수 한대수(53)가 8집을 냈다. 그런데 왜 마지막인가.

“인스피레이션(영감)이 닳아가요.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도 소진돼 가고. 과거의 선율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 음반 타이틀이 ‘Eternal Sorrow’(영원한 슬픔)다. 7집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가 지닌 ‘힘’과는 너무 상반된다.

그러나 새음반에서 그는 ‘영원한 음악 청년’이다.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현실에 대한 눈도 부릅뜨고 있다.

타이틀곡 ‘그대’ 등 수록곡의 장르가 하드록 포크 댄스까지다. 한대수의 음반이 이만큼 풍성한 장르를 가진 것도 처음이다. 가사도 디지털 사회에 대한 불안, 엇길로 치닫는 남녀관계, 회복 불가능으로 파괴되는 지구 등 당대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음반은 새까만 후배 손무현과 디지털 녹음으로 공동작업했다. 디지털 작업은 처음이다. 그는 “사운드의 완성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날로그의 온기를 버린 게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충실도를 높였다는 뜻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음반에는 손문현 외에 함춘호(기타), 이우창(피아노), 장혁(드럼)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음반의 매력은 무엇보다 삶의 쓴맛 단맛이 묻어나는 한대수의 보컬이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쇳소리의 절규가 삶의 허망함을 표현하고 있다. 음반 도입부에 “여러분 제가 병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섭습니다”라고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감당하기 어렵도록 슬프다.

뉴욕에서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는 당분간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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