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70년대 금지곡 뒷얘기들

  • 입력 2000년 8월 18일 19시 42분


72년 유신을 전후해 초등학교에서는 동요 ‘달’의 멜로디에 유신을 찬양하는 가사를 붙여 불렀다. 지금 보면 기가 막히지만 그 때는 이 노래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일하시는 대통령/이나라의 지도자/삼일정신 받들어/사랑하는 겨레 위해/오일륙 이룩하니/육대주에 빛나고…’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금기의 시대―건전가요와 금지곡’(20일 밤11시반)편에서 이런 노래를 비롯해 건전가요와 금지곡으로 범벅된 70년대 유신 정권의 대중 문화 정책을 짚는다.

우선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씨가 작곡한 명곡 ‘아름다운 강산’의 작곡 경위가 흥미롭다. 70년대 초반 그는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찬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고 나중에 공화당의 협박조 전화에도 개의치 않았다.

신씨는 “한낱 대중작곡가라고 얕잡아보는 것 같아 오기가 발동해 일주일동안 칩거하면서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었다”며 ‘아름다운 강산’이 태어난 곡절을 뒤늦게 털어놨다. 그러나 이 노래는 75년 금지곡으로 묶여버려 5년 넘게 연주하지도 부르지도 못한채 어둠의 노래가 됐다.

금지곡은 ‘아름다운 강산’ 뿐 아니다. 유신정부는 75년 6월 ‘공연정화대책’을 발표한 뒤 세차례에 걸쳐 무려 222곡을 금지곡으로 묶어 놓았다. ‘한국 가요의 분서갱유’였던 셈. 당시 서정적 멜로디와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어느 시대보다 풍성했던 한국의 가요는 30년 이상 뒷걸음치게 된 것이다.

반면 ‘새마을 노래’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건전가요. 제작진은 “그러나 이 노래는 7음계에서 4, 7번째 음을 뺀 요나누키 음계를 사용하고 있어 왜색조”라고 주장한다. 이는 당시 수많은 노래들이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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