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iTV 박찬호 경기 계속 보고 싶어요"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52분


“박찬호 경기나 ‘노방유희’를 계속 보고 싶어요.”

“경인방송(iTV)을 돌려주세요.”

최근 방송위원회 홈페이지에 이같은 이메일이 불티나게 올라오고 있다. 최근 5일간 3000건이 넘게 쏟아질 정도다.

그 이유는 경인방송이 방송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11월부터 경기 남부 및 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자사의 방송을 볼 수 없다고 안내했기 때문. 방송위원회는 7월 중순 ‘종합 중계유선방송 채널 운용에 관한 행정지침’을 통해 KBS MBC SBS iTV 등 지상파의 권역외 재송신을 불허하되 시청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0월말까지 단속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즉 지금까지 케이블방송국 등을 통해 사실상 전국으로 방영됐던 박찬호가 출전하는 미국프로야구나 중국 드라마 ‘노방유희’ 등 iTV의 인기프로는 11월부터 경기 남부와 인천 지역의 시청자들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지침에 영향받는 곳은 iTV와 SBS 등 두 민방. KBS와 MBC는 지국이 있어 케이블이 중계하지 않아도 되지만 iTV와 SBS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다만 SBS는 부산 광주방송 등 지역 민방과 프로그램 중계 계약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볼수 있으나 지역 민방이 없는 제주나 강원 지역에서는 SBS 프로를 볼 수 없다. 특히 iTV는 지역 민방과 중계 계약이 없어 타격이 가장 큰 셈이다.

iTV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박찬호 경기를 봐왔던 시청자들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시청자들의 움직임을 봐가며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SBS측은 “제주나 강원 지역 시청자들의 항의는 거의 없으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iTV에 대한 평가. 한 네티즌은 “iTV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생중계를 비롯해 중국 드라마나 게임프로 등으로 다른 지상파에 비해 차별화된 방송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항의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형수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상파 역외 재전송 금지 지침은 통합방송법에 따른 규정”이라며 “박찬호 경기 등은 그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 방영됐으나 이제는 법에 따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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