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댄스그룹 DJ DOC 대응방법 "속앓이"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경찰을 비하하는 내용의 5집 앨범을 낸 3인조 댄스그룹 ‘DJ DOC’에 대한 대응방법을 놓고 경찰이 고민하고 있다.

경찰은 DJ DOC의 새 앨범에 들어있는 ‘핵폭탄투하’와 ‘포졸이’의 가사가 ‘X까라’ ‘짭새’ 등의 표현으로 공권력을 조롱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 장기택 서장 등 21명의 명의로 음반배포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해 16일 실무자를 시켜 서울지법에 접수토록 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놓고 검찰에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간부들은 법원에 도착한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접수를 하루 늦추라고 지시했으며 17일 언론보도가 나가자 신청 자체를 보류시켰다.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다 ‘저질’ 음반에 대한 관심만 부각시킬 뿐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로써 ‘공권력 조롱’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이번 사태는 많은 문제를 남기고 있다고 법조계와 문화계에서는 지적한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저질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음반을 무책임하게 내놓은 가수도 문제고, 무시해도 좋을 ‘문화 쓰레기’에 대해 성급히 법적 대응을 하려 했던 경찰도 문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DJ DOC가 인기회복을 위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서 음반을 제작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DJ DOC측은 “우리가 노래를 만든 것은 99년 초의 일이고 경찰에 잡혀가 조사를 받았던 것은 99년 7월과 올 4월이므로 ‘경찰에 대한 보복감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경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 정신을 노래에 담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