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칸영화제]한국영화 구매제의등 日-홍콩 바이어에 인기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15일(현지시간) 중반에 접어든 칸 국제영화제. 인구 8만의 작은 휴양도시 칸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영화 관계자들과 보도진,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매일 저녁 경쟁부문 진출작이 상영되는 뤼미에르 대극장 앞은 스타들을 보려는 구경꾼들로 장사진을 이뤄 도저히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지만, 누구도 짜증을 내는 사람은 없다. 왁자지껄한 구경꾼들도 축제의 일부가 아니던가.

23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가운데 현재까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13편.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영화는 코엔 형제 감독(미국)의 ‘형제여, 어디 있는가’와 중국 지앙 원(姜文) 감독의 ‘문 밖의 악마’다. 칸 영화제 사상 경쟁부문에 진출한 최연소 감독인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칠판’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91년 음울한 색채의 ‘바톤 핑크’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코엔 형제는 은유와 기이한 유머로 가득찬 코미디 ‘형제여, 어디 있는가’를 들고 칸에 돌아왔다. 조지 클루니와 존 굿맨, 존 터투로, 홀리 헌터 등 화려한 출연진이 포진한 ‘형제여, 어디 있는가’는 1930년대 극우 인종차별이 지배하던 미국 미시시피 주의 실상을 조롱한 영화. 벌써부터 수상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작품이다.

‘붉은 수수밭’의 주연배우로도 잘 알려진 지앙 원 감독의 ‘문 밖의 악마’는 2차대전말 중국 변방을 배경으로 한 대작. 일본군의 잔인한 양민학살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오히려 일본군보다 중국 정부의 무분별한 조치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정부는 칸 영화제 집행위 측에 이 영화의 상영취소를 요구했지만 집행위는 이를 일축했고,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영화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또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은 이제 겨우 20세이지만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지대에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쿠르드족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노련한 솜씨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필름마켓에 온 일본, 홍콩의 영화 바이어들 사이에 한국 영화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고 있다. 뤼미에르 극장 옆 리비에라에 부스를 설치한 ‘미로비젼’ ‘강제규 필름’ ‘CJ엔터테인먼트’ ‘시네 클릭’ 관계자들은 한곁같이 “‘입질’이 예년과 다르다”고 말한다. 일본 가가커뮤니케이션의 구매담당자인 호시노 유카는 “영화제 개막 후 사흘간 한국 영화를 6편이나 봤다”고 밝혔다. 홍콩의 영화 제작사 겸 수입사인 IFD의 조셉 라이도 한국 영화 관계자들에게 “좋은 한국 영화가 있으면 말해 달라”며 추천을 부탁했다.

아시아권을 상대로 한 한국 영화의 특수는 일본에서 ‘쉬리’의 대성공과 홍콩 박스 오피스에서 ‘텔 미 썸딩’의 1위 등극 등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잇단 흥행 성공 때문. 현재 김기덕 감독의 ‘섬’은 가가커뮤니케이션과 1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성사 단계에 있다. 또 ‘반칙왕’도 ‘텔 미 썸딩’을 8만 달러에 샀던 홍콩의 배급사 애드코가 10만 달러 수준의 구입을 제안해 놓고 있다.

<칸=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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