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 장관 후보자로 올려놓고도
비상계엄 ‘부역’공무원 처벌할 수 있나
적폐청산 골몰하다 문 정권은 실패했다
더 이상 진압할 내란이 어디 있단 말인가
3색 ‘통합 넥타이’ 매고 첫 출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통합’을 상징하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한 건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022년 5월 9일 이후 1330일 만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청와대 첫 출근 날, 이재명 대통령은 빨강 파랑 흰색이 조화된 통합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청와대 첫 국무회의에선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 통합”이라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순 없다”고 했다. 당 상징색이 빨강인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한 발언일 터다.
이혜훈이 전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석방”을 외친 과거를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몰랐을 리 없다. 파악 못 했다면 검증팀 자격 없다. 했다면 이 대통령이 그럼에도 재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민 앞에 소명할 필요는 있었다.
뒤늦게 이혜훈은 국힘 지지층의 억장을 무너뜨릴 ‘내란’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공개 사과했다.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선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의 ‘내란 청산’은 사실상 끝났다.
작년 12월 3일 “(내란 청산은) 끝날 때까지 끝내야 한다”며 ‘진압 과정’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었다. 그 후 이 대통령은 자신을 ‘내란 수괴’라고 공격했다는 이혜훈을 신설 부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고도 이 정부가 내란 청산을 계속한다면, 논리도 안 맞고 설득력도 사라진다. 이혜훈이 국민 앞에 밝혔듯 검증팀에도 과오를 사과하고 통합의 시대 동참을 다짐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혜훈 발탁 발표 당시 청와대는 통합과 실용이라는 지명 이유만 밝혔을 뿐이다.
차라리 잘됐다. 이젠 이 대통령부터 내란 청산의 사슬을 끊기 바란다. 문재인 정권처럼 집권 5년 내내 적폐 청산의 덫에 갇혀 국민의 절반 이상을 적(敵)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집권 2년차였던 2018년 문 정권은 권력형 적폐 청산을 넘어 학사비리 갑질 등 생활 적폐 청산에 주력하겠다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 조국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 정부가 75만 공무원 중 불법 비상계엄 ‘부역자’를 잡아내겠다며 중앙행정기관 49곳에 설치했던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도 접어야 한다. 제보센터에 접수된 고발이 고작 68건이다. 부역자로 찍힌 공무원은 이혜훈의 ‘모범답안’을 참고하면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또한 진정하길 권한다. 그는 독일이 나치 전범뿐 아니라 단순 보조·방임행위도 단죄한 사례를 거론하며 “1단계 사법적 청산 이후 2단계 경제적 청산, 3단계 문화적 청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 소지의 내란전담재판소도 모자라 재산 몰수나 북한식 세뇌로 국민을 쥐 잡듯 해야 개딸들과 더불어 만족할 모양이다.
집권세력이 칼춤 추지 않아도 보통국민은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새해 첫날이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정부 2년차 최우선 과제로 환율·물가 안정이 첫손에 꼽혔다(49.3%). 김민석 총리는 작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새해 반드시 내란을 완전히 극복하고 경제 회생, 국민 통합, 국가 재도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계엄 잔재 청산(23.8%) 과제는 행정 통합 등 균형발전(24.4%) 다음 순이었다.
당신들이 내란내란 내란몰이하지 않아도 ‘인사 폭탄’으로 이 대통령은 정치 천재 소리를 들으며 나라를 장악하고 있다. ‘윤 어게인’ 이혜훈이 국민 앞에 내란을 인정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마오쩌둥의 통일전선전술이 울고 갈 완벽한 승리다. 이혜훈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좋고, 통과 못 해도 이 대통령으로선 손해 볼 일 없는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콩가루당 국힘도 더 밉상으로 만들었다. 이혜훈이 당을 배반하고 내란까지 인정하자 격노한 국힘은 청문회에서 추한 민낯을 노출시켜 낙마시킬 태세다. 아무리 배신자의 처신이 못마땅해도 국힘 자신은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극우로만 달려가는 모습이 한때 지지층 눈에는 역겹고 슬프다. 민주당과 개딸들도 새삼 긴장했다. 김병기 비리 의혹 등을 가려주는 국면 호도용 카드로 이혜훈을 내놓은 이 대통령의 신공에 감탄하며 후보자 엄호에 나설 듯하다.
새해 청문회에서 이혜훈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건 불가피할 것이다. 만에 하나 자진사퇴한대도 이 대통령은 꼴보수 영입을 시도한 통합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 국힘의 밴댕이 속만 드러내고 장관 임명이 강행된다면, 이혜훈은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 류덕현 아래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충성하는 장관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내란 청산”이란 대(對)국민 협박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이혜훈의 역할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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