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다큐 '환경스페셜' 생존몸부림 수달가족의 비극 그려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KBS가 2년 여만에 수달을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12일 방송되는 KBS1 ‘환경스페셜(밤10·15) -생명이야기, 운곡천의 겨울 편’.

특히 이번 방송에는 1998년 KBS1 ‘일요스페셜’의 수달 다큐 조작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신동만PD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수달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눈길.

기획을 맡은 최병찬 책임PD는 “신PD는 수달의 생태에 대한 노하우를 연출진에 전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해 12월말부터 지난주까지 남한에서 손꼽히는 오지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운곡천 일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4개월 넘게 카메라에 담았다.

연출을 맡은 안희구PD는 “원래 1급수인 운곡천이 인근에 건설 중인 중앙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토사물이나 골재, 철근 등 이물질로 급격히 오염되고 있다”며 “특히 토사는 물고기의 아가미를 덮어버리거나 바닥 이끼류의 성장을 억제해 먹이사슬을 끊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세 마리씩 떼지어 움직이는 두 수달 가족의 촬영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겨울 내내 운곡천의 중 하류에 서식하다 날이 풀리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수달.

하지만 공사의 영향으로 상류로 올라가는 길목에 철근 등이 널려있어 어린 새끼 수달은 어미 뒤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새끼를 끌어올리지 못한 어미는 새끼와 하류로 다시 떠내려간다. 제작진은 “봄이 되면 얼음이 녹은 상류 지역에 수달의 먹이감이 집중된다”며 “하류에서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작진은 그렇게 피폐화된 환경에서 벌어지는 동물 간의 먹이 쟁탈전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보기보다 성질이 포악한 까치와 몸집이 큰 말똥가리 간의 ‘밥그릇 싸움’은 사뭇 치열하다.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발견한 제작진은 고목에 구멍을 파는 대신 풀과 이끼로 만든 ‘집’에 사는 하늘다람쥐는 청설모 등 천적들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한다.

안희구PD는 “동강댐 건설 외에도 운곡천처럼 소리 소문없이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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