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 '우리시대 영웅' 선동열의 시련과 영광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더 뛸 수 있는데 방안에서 내가 왜 야구 중계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지금이 물러날 때다.”

이 상반된 말은 9일 일본 나고야돔 구장에서 은퇴 기념식을 가진 선동열의 심경이다.

한국과 일본 야구계에서 정상을 달렸던 그가 은퇴하기 까지 얼마나 고뇌했는지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이런 착잡한 심경은 운동 선수에게만 해당될까? 그렇지 않다. 특히 ‘물러날 때’를 모르고 망신을 자초하는 우리 사회의 일부 지도층에 비하면 선동열은 ‘반면교사’다. 이 때문에 그의 은퇴는 ‘떠날 때를 아는 자의 아름다움’으로 비친다.

MBC 스페셜이 17일(밤 9·55) 방영하는 ‘선동열’은 단순히 선동열의 야구 인생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그가 국내 야구계의 살아있는 ‘영웅’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거꾸로 보면 요즘 시대 ‘영웅의 조건’을 찾는 작업쯤 될 듯하다.

선동열은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과 자기 관리를 강조한다. 그는 “야구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어려울 때나 좋을 때가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많이 온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들은 매일 목표량을 세우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매일 연습량을 채워가는 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강조한다.

선동열이 가장 힘들었던 때는 일본으로 건너간 첫해인 96년. 일본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2군으로 밀려나면서 ‘종이 호랑이’라는 소리마저 들었다.

선동열은 “여기서 물러나면 주저 앉게 된다는 위기의식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다”며 역시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결국 그는 이듬해인 97년부터 내리 3년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나고야의 태양’으로 떠올랐다.

주니치 구단의 선수들은 “선동열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인간적 매력이 있다”며 “융화력도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 프로야구계에서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전성관 PD는 “일반 야구팬들이 잘 알 수 없는 선동열의 남다른 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선동열의 영광은 매스컴이나 추종자가 만든 게 아니라 진정 그가 이룩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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