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환경스페셜-솔개’, 외딴 섬의 솔개가족 포착

  • 입력 1999년 9월 21일 20시 23분


솔개는 예부터 한민족이 상서롭게 여기던 새. 일부 지방에서는 동네 어귀에 세운 솟대를 솔대로 부르기도 했다. 60년대만 해도 솔개는 서울의 비원이나 종묘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누가 그들을 몰아냈을까?

KBS1 ‘환경 스페셜―솔개’(밤 10·15)는 멸종 위기에 처한 솔개에 관한 생태보고서다. 육지를 떠나 남해의 작은 섬인 지심도에서 살아가는 솔개 가족 네 마리의 100일간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섬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솔개가 살기에 적합했다. 해오라기 등 솔개의 먹이감도 풍부했다. 그러나 맹금류인 솔개는 바다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새뿐만 아니라 바닷물 위로 떠오르는 물고기도 잡아 먹는다. 그래서 얻은 별호가 ‘바다의 청소부’.

‘환경 스페셜’은 솔개 한쌍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솔개 둥지의 비밀을 들춰보고 새끼 솔개의 첫 날갯짓도 포착했다. 새끼 솔개는 상승 기류를 이용해 첫 비행을 한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에도 제대로 앉지 못하던 솔개가 여러 차례 연습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화려하게 비상한다.

솔개가 까마귀와 어떻게 영역 다툼을 벌이는가도 흥미로운 대목. 이들은 사냥터를 두고 서로 싸울 때도 있지만 같은 통의 물을 먹으며 사이좋게 지낼 때도 있다. 자연의 무서움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까? 연출진은 “환경에 순응해가는 지심도의 솔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