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임백천의 원더풀…」 캠페인성 코너 「횡포」

  • 입력 1999년 8월 16일 18시 39분


2명의 유부남이 미혼이라고 속이고 출연해 파문을 일으켰던 SBS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일 밤10·50). 아직 시청자 앞에 고개를 덜 숙였다.

15일 방영된 이 프로의 ‘윤다훈 최재원의 바른 말 합시다’ 코너. 당초 프로의 기획의도는 ‘바른 말 합시다’라는 제목처럼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미덕인 양 살아가는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할 말은 하며 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캠페인성 코너와 별로 다르지 않다. 소재나 구성에서도 참신함이 덜 느껴진다.

제작진은 육교가 있지만 무단횡단이 잦은 지역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무단횡단하는 시민이 발견되면 부랴부랴 쫓아가 이유를 캐묻기도 하고 아이인 경우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진의 관심은 점차 흥미위주로 흐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두 MC는 행인들이 ‘무단횡단을 할까, 안할까’에 내기를 걸었다. 1분30초도 지나지 않아 2명이 무단횡단하자 한 MC는 “벌써 2명이나…”라며 이겼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벌칙이라며 테이프를 사용해 내기에서 진 MC의 다리에서 털을 뜯어냈다. 이에 앞서 8일 방영분에서는 술에 취한 행인이 노상방뇨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잡은 뒤 “왜 길거리에서 ‘실례’하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제작진의 의도는 무단횡단의 위험을 경고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억지웃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행인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을 놓고 ‘내기’를 하는 것을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청자들은 과연 제작진이 ‘바른 말 한다’고 생각할까. 시청자와 제작진, 어느 쪽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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