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억지 짝짓기프로」이제 그만…『진실성 실종』

  • 입력 1999년 8월 9일 18시 31분


최근 PC통신과 방송가에서는 한 여성 출연자의 중복 출연과 짝사랑 사연을 조작한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토 밤9·50)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그러나 이 프로를 비롯한 MBC ‘이브의 성’(일 오후6·00), 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오후5·50) 등 ‘짝짓기’ 프로들의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방영된 ‘남희석…’의 ‘청춘의 찜’ 코너. 한 여성이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본 남성을 사랑하게 됐다는 고백을 했다. 스튜디오로 초대된 이 남성은 “남자의 매력은 엉덩이”라는 MC의 말에 뒷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커플로 맺어진 뒤 즉석춤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이브의…’의 ‘사랑의 힘’ 코너. 연기자 지망생이라는 여성 출연자는 짝사랑의 완성을 위해 위험한 산악 모터사이클에 도전한다. 이를 통보받은 남성은 헬기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자기를 좋아한다는 여성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또 ‘자유선언∼’에서 부활시킨 ‘서바이벌 미팅’ 코너를 보고 있자면 KBS가 공영방송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 5대5의 미팅에서 남녀 출연자들은 각각 손가락질로 “너 빠지라”며 탈락자를 정하는 비인간적 모습이 연출됐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프로의 묘미는 출연자의 진실성과 신선함에 있다.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과 다를 게 없는 일반 출연자들이 가슴절절한 사연을 고백하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 것이다.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사연을 조작하고 과장된 연출을 한다면 이미 프로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제작진들의 답변은 출연자들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이것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방송 출연에 목을 맨 일부 출연자가 괜찮다면 방송사는 언제나 ‘면죄부’를 받는 것인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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