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무용가 백향주 춤실력 논란

  • 입력 1999년 7월 25일 18시 39분


「최승희의 재래(再來)」로 알려진 재일교포 무용가 백향주(24)의 경력과 기량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내한한 최방자 한국무용협회 일본지부장은 최진용 국립극장장과 조흥동 무용협회 이사장 등에게 서신을 전달, △지난 5월 국립극장에서 백씨가 참가한 가운데 공연된 국립무용단의 ‘백제춤 그 새벽의 땅’ 안내책자에 그의 경력이 과장돼 있고 △백씨의 춤은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소련 중국 등의 영향을 짙게 받은 북한식 춤에 머물러 ‘최승희 춤의 재현’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씨는 서신에서 “백씨는 평양에서 15차례 공연하고 8개국에서 150여회 공연을 통해 10만명 이상의 관객들로부터 절찬을 받았다고 하지만, 평양 공연내용은 매스게임의 일원으로 참가한 사실을 과장한 것이고 150여회의 해외공연 주장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특히 국가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립무용단이 허위내용을 안내책자에 실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와 함께 중앙대 무용과 정병호교수 등 일부 평론가가 일본 한국 등의 TV프로그램 및 신문 지면 등을 통해 백씨의 춤 실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97년 일본 ‘텔레비도쿄’ 프로그램 ‘인간극장’의 백향주 소개 프로그램에서 정씨가 한 발언과 관련, “백씨가 한국의 각종 춤을 한 번만 보면 재현할 수 있다는 정씨의 말은 한국 무용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최씨의 주장에 대해 국수호 국립무용단장은 “백향주의 이력은 본인이 제공한 자료를 사용한 것”이라면서 “백씨의 춤실력도 세계적 인정을 받을 정도로 수준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용 국립극장장은 “백씨의 이력이 과대포장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앞으로 홍보자료 작성때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병호교수는 “백씨에 대해 천재 운운한 것은 나이에 비해 월등한 소질과 기량을 존중해 말한 것일 뿐”이라며 “그의 춤이 최승희 춤의 재현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백씨는 작년 6월 국립국악원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지면서 보살춤 등 최승희의 춤을 연기해 ‘최승희춤을 재현했다’고 소개돼 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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