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3사 내년부터 공영성 강화…연예인프로 등 대폭 감소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내년부터 방송3사의 드라마와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그램이 대폭 줄어든다. 또 시청자단체의 지속적인 폐지압력을 받아왔던 프라임시간대 범죄재연프로가 밤11시 이후 심야시간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3사 편성담당관계자들은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긴급 편성임원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비과학적인 미신을 조장하는 프로의 폐지 △10대 위주의 가요프로 순화 △지금까지 각사가 경쟁적으로 중계해오던 해외스포츠의 순차중계 등의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MBC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와 SBS ‘토요미스터리 극장’은 내년부터 폐지된다. 또 10대위주의 가요선곡과 현란한 복장 등으로 문제가 됐던 가요순위프로인 MBC ‘음악캠프’,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20’은 폐지여부 검토와 함께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여름 수해방송 등에서 모금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은 ARS 집계시스템을 각사가 일률적으로 통일(700―1212)해 과당경쟁을 피하기로 했다.

또 시청률 위주 프로그램 제작 관행을 없애기 위해 신문지면에 매주 시청률을 게재해 온 일부 언론사측에 이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각사는 이같은 편성기조에 따라 내년 봄개편 시점인 4월까지는 구체적인 편성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29일의 갑작스러운 편성기조 선언은 최근 김대중대통령이 방송의 선정성을 지적한 데 이어 방송프로그램의 구조조정을 전담하게 될 방송개혁위원회 강원용위원장조차 ‘방송프로 불량식품론’을 밝히는 등 잇따라 방송개혁 의지를 천명한 데 따른 발빠른 행보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MBC와 SBS는 최근 자체적으로 공영성 강화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송사의 ‘즉각적인’ 움직임에 해당프로 제작진과 편성실무자들은 원칙적으로 수긍하면서도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한 가요프로담당 PD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비판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않다가 정치권의 입김에 편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연초 IMF한파가 닥쳤을 때 부랴부랴 ‘건전 TV’를 표방했다가 흐지부지된 것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방송의 공영성 강조가 1회성 전시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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