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새음반 「희망」]사랑-통일-화합 담아

  • 입력 1998년 2월 12일 08시 27분


안치환의 새음반. 너무나 많은 노래를 토해내고 있다. 할 말이 그만큼 많았을까. 수록곡이 무려 15곡. CD 한장이 72분 남짓한데 빈틈이 거의 없다. 그의 할 말이란. “80년대의 건강성을 토대로 90년대 희망을 노래했어요.” 그래서 음반의 제목도 ‘희망’. 그것도 80년대를 치열하게 보낸 30대의 ‘희망가’가 대부분이다. 사랑도 통일도 모두 희망이라는 말로 묶었다.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하려네’는 거짓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사랑의 힘에 관한 노래다. 돈 때문에 쌓인 사람 사이의 벽을 아이의 눈빛으로 부술 수 있다는 것. ‘내가 만일’을 작사 작곡한 김범수가 이 곡을 썼다. ‘얼마나 더’는 80년대 지식인의 고뇌를 먼저 그린다. “얼마나 더 걸어가야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희망이 있기에 뒤돌아보며 웃음지을 수 있다. 통일 노래는 ‘하나를 위한 연가’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 등. 안치환은 “경제 위기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는 모양이지만 통일 논의는 동서화합과 더불어 김대중 정부의 주요 과제”라며 “우연찮게 여러곡 담았다”고 말한다. 노래에 담은 안치환의 통일론은 간단명료하다. “이젠 하나로 난 느끼고 싶어.” 새음반은 희망만 말하지 않는다. 80년대의 절망을 다시 꺼낸다. 90년대 희망은 그 절망보다 더 격렬하기 때문일까. 노래 ‘한다’의 가사는 섬뜩하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가 아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지난 시절의 음반 사전심의제 때문에 라이브 공연장에서만 간간이 불렀다. 음반으로 나온 것은 세상이 바뀐 덕분. ‘아이고! I GO!’도 마찬가지. “자동차에 깔려죽고 물에 빠져죽고 시도 때도 죽음이로세 아이고…”로 시작하여 껍데기를 모두 벗고 격렬하게 세상을 비판했다.안치환은 음반도 음반이지만 공연장에서 참매력을 발산한다.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탁음과 그와 똑같은 분위기가 생음(生音)의 건강성을 전한다. 그는 봄이 되면 자기 밴드 ‘자유’와 함께 새음반의 수록곡과 히트곡으로 라이브 무대를 마련한다. 〈허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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