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IMF가 무섭네요』…오락프로 폐지등 3重苦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8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연예가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MBC ‘환상여행’ ‘테마게임’ 등에 출연해온 코미디언 이모씨(36)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출연하던 프로가 폐지돼 비관해 왔다”고 했으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MBC가 “이씨가 나오던 프로는 폐지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MBC코미디언실의 홍보담당인 개그맨 박명수씨는 “이씨의 자살이 프로 폐지와 직접적 관련은 없을지라도 최근 연예계의 한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스타급을 뺀 동료들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1월 제작비 절감과 10대 위주의 TV문화를 바꾸겠다는 이유로 KBS는 ‘세여자’ ‘아씨’ ‘토요일 전원출발’ ‘슈퍼선데이’ ‘가요톱10’, MBC는 ‘특종 연예시티’ ‘인기가요베스트50’, 그리고 SBS는 ‘70분드라마’ ‘뉴욕스토리’ 등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TV 3사의 ‘프로그램 구조조정’은 ‘생계형’ 연예인들에게 치명타나 다름없다. 프로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출연자 수를 줄여 제작비를 깎는 일이 적지 않아 이들에게는 이번 한파가 사실상 정리해고인 셈. 게다가 단체나 개인 주최의 업소 출연 요청등이 급격하게 떨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기경력 10년이 넘은 한 탤런트는 “겹치기 출연이나 편당 3백만원이라는 식의 특별출연료는 몇몇 스타급 연기자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조역급 연기자들은 출연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인기작가나 연출자를 상대로 “밥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줄서기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가에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IMF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처세술이라는 우스개마저 나오고 있다. 잘 나가는 PD와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로 뛰쳐나가던 발길이 멈췄고 방송사의 자린고비식 외주관리가 독립프로덕션의 경영난을 부르고 있다. 기업들의 홍보비 감축과 잇따른 부도에 의한 CF 시장의 악화도 연예인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5천만원에 CF를 찍은 가수 윤도현은 광고주의 부도로 개런티를 날렸지만 분위기상 말도 못꺼낸다. 평소 3억원을 받던 톱스타 최진실은 한국통신 나드리화장품과 계약하면서 각각 1억원대로 낮춰 받기로 합의했다. 어지간한 연예인들은 그나마 일감 구하기도 쉽지 않다. PD협회측과 일부 방송관계자들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방송의 ‘거품’은 사실상 시청률에 목을 맨 방송사가 주도한 작품이고 몇몇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가 수혜자였다”며 “경영진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프로를 폐지하는 것은 연기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프로의 다양성을 해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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