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제적되면 학과 폐지” 교수들이 시험지 대리작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3일 10시 23분


광주 사립대 교수·조교 4명 벌금형

ⓒ뉴시스
학과 존폐가 위태로워지자 재학생들의 제적만큼은 막고자 답안지를 직접 작성하는 등 성적 평가 조작에 가담한 대학교수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2일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업무방해·업무방해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광주 모 사립대학 교수 3명과 조교에게 각기 벌금 150만~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부교수인 A 씨는 2023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29회에 걸쳐 학생에 대한 시험 답안지를 대리 작성해 스스로 채점하는 등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부교수인 B 씨도 비슷한 기간 학생의 중간고사 시험지를 대리 작성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조교인 C 씨는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의 시험지를 대신 작성해 제출한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조교수인 D 씨는 C 씨의 대리 시험으로 제출된 성적표를 교무처에 제출하며 범행을 도운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입학생 영입과 학생 유지를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에서 학과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모집한 학생들이 제적되지 않도록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D 씨를 상대로 부정한 평가 비위를 교육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한 학생 E 씨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E 씨는 D 씨의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 F 학점을 받았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360만 원가량의 등록금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받았다.

전 판사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불법적인 관행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도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정당화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업무방해의 피해자인 대학 교무처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범행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는 않은 점,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대학 교수#대리 시험#성적 평가 조작#업무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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