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천녀유혼」,기담의 환상-만화의 재미 결합

  • 입력 1997년 12월 31일 08시 03분


새해 첫날 선보이는 서극 감독의 홍콩산 애니메이션 「천녀유혼」은 기담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만화로 두번의 개작 각색을 거쳤다. 중국 전래의 기담집 「요재지이」의 비몽사몽 같은 이야기 「섭소천」을 환상적 러브로망으로 만든 것이 장국영 왕조현 주연의 극영화 「천녀유혼」이다. 영화가 주로 20대 초반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애니메이션은 그 폭을 10대까지 넓힌 작품이다. 장국영 왕조현이 맡았던 착한 남자 아영과 아름다운 귀신 소천은 애니메이션 「천녀유혼」에서 10대의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분장됐다.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도 노련한 제작자 서극은 애니메이션―10대―유머러스한 모험담의 삼박자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내세의 문을 향해 달려가는 환생열차, 환생을 앞둔 영혼들을 후려쳐서 전생기억을 지우려는 공중의 망치들, 핸드폰을 들고다니는 귀신, 근육질의 흑산요괴에게 반해 잠시 눈이 머는 소천 등은 애니메이션의 주관객인 10대를 끌어안기 위한 「장치」들이다. 스토리 라인은 극영화에 바탕을 두었다. 소천의 어머니인 곽북현 나무요괴는 딸에게 매혹당한 남자들의 양기를 빨아들이며 살아간다. 수금하러 다니던 아영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곽북현에 갔다가 소천을 보고 황홀경에 젖고…. 전통 중국풍물을 살리는 담백하고도 고즈넉한 선과 물결처럼 일렁이는 원색의 바탕무늬들은 사실의 묘사와 판타지의 효과를 극적으로 어우러지게 만든다. 이같은 홍콩차이나의 애니메이션 기법은 사랑을 위해 이승과 내세를 넘나든다는 동양적 윤회관을 담아내는데 적절하게 기여하고 있다. 대만 금마장상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된데는 이같은 강점들이 큰 몫을 했다. 홍콩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이번 영화에서 양채니, 원영의 등이 목소리 출연한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서극감독은 아영의 애완견 목소리를 맡아 끝까지 코믹하게 「튀려고」 애썼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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