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의 대반란…「97자유」등 공연 「듣는 인파」환호

  • 입력 1997년 6월 13일 08시 30분


70년대 말 유행했던 팝의 한구절.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적어도 90년대들어 최근까지 한국대중음악에 이 말은 맞아떨어졌다. 예쁘고 잘생긴 TV의 비디오형 가수들이 어린 시청자층을 겨냥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바람에 라이브형 가수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라이브가 비디오 스타를 죽인다」(Live Kills The Video Star)가 맞다. 라이브의 대반란이 음악마당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올해 「97 자유」 「포크 페스티벌」등 굵직굵직한 공연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 출연하는 가수중 TV를 주름잡는 10대 댄스 그룹은 하나도 없다. 8일 끝난 「97 자유」. 나흘 공연에 2만5천여명이 구름처럼 모였다. 한국 록史를 정리한다는 의미도 컸지만 여기 몰려든 관객은 라이브 무대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갔다. 현재 전국 순회중인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는 「라이브 반란」의 대표적 징후. 10년만에 공연하는 정태춘은 『예상밖으로 청중이 다양해서 놀랐다』며 『라이브를 통해 포크의 맛을 제대로 전한다』고 말한다. 정태춘은 흥행에 욕심내지 않고 서울 공연을 했는데 「터졌다」. 3일동안 4천여명이 찾아왔을 정도. 이어 부산을 거쳐 대전(14일) 전주(22일)에서 공연한다. 조관우는 어떤가. 숫제 TV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라이브 공연장에는 암표상까지 들끓을 정도다. 4천석이 넘는 부산 KBS홀 공연도 그랬고 경주 춘천 등 지방 각지에서 팬들이 몰려 들었다. 여가수 리아는 아예 라이브를 발판으로 삼은 가수다. TV 출연 횟수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인기 만큼은 톱스타 못지 않다. 이뿐 아니다. 장혜진 등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는 전국 라이브 기획사에서 줄을 서고 록밴드들의 공연도 끊이지 않는다. 라이브의 반란에는 10대도 동참한다. 길거리 펑크 밴드는 그야말로 라이브가 생명인 언더그라운드의 반란이고 리아 콘서트에도 10대 팬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라이브의 반란은 「노래 보기」의 종언이다. 이제는 보는 노래가 아니라 노래를 그저 듣고 느끼고 싶다는 열망이요, 그것들이 소리없이 세력화한 것이다. 그것도 세대간 구별없이 신 구세대가 각각 노래에 대한 목마름을 라이브에서 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브 반란의 발목을 잡는 게 있다. 음반시장 세계 10, 11위의 나라에서 대중음악 전용공연장 하나 없다는 현실. 여기에 조악한 공연장이나 각종 규제 등 제도적 문제점, 라이브의 생명이다시피한 음향과 조명 문제 등이 줄지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라이브를 기획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면서도 『노래를 노래로 듣겠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허엽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