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MBC,「신데렐라」로 기지개

  • 입력 1997년 5월 10일 09시 49분


《MBC는 요즘 들떠 있다. 간판인 주말 드라마 「신데렐라」가 지난달 26일 방송 첫주부터 KBS의 「파랑새가 있다」를 눌렀다. KBS 주말드라마보다 시청률이 앞선 것은 94년 10월에 끝난 「서울의 달」 이래 약 30개월 만. 그동안 「딸부잣집」 「젊은이의 양지」 「목욕탕집 남자들」 「첫사랑」 등 내리 참패 당한 설움에서 벗어난 것이다.》 채널 이미지를 좌우하는 주말 드라마의 성패에 방송사가 일희일비하는 현실이고 보면 「신데렐라」로 얻은 MBC의 웃음은 가볍지 않다. 한때 「드라마 왕국」이었다가 추락한 MBC는 그동안 주초나 주중에 방영된 「애인」 「별은 내 가슴에」로 힘겹게 기반을 다진끝에 『드디어 주말도 차지했다』는분위기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신데렐라」는 드라마의 고전적 흥미 요소를 갖추었다. 화려한 직업과 재벌 2세를 통한 TV속 환상, 무모한 사랑과 멜로 등 통속성, 거기에 신데렐라의 꿈이 있다. 주인공은 신분상승 욕구에 사로 잡힌 언니 장혜진(황신혜)과 백마탄 왕자를 만난 동생 장혜원(이승연). 언니는 같은 회사의 부장과 무모한 사랑 등으로 「소파 승진」도 불사하며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오른다. 동생은 만화 속의 신데렐라다. 제주도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던 그는 대기업의 후계자 서준석(김승우)을 만나 한 순간에 공주가 된다. 여기에 「신데렐라」의 이창순 PD의 연출 테크닉과 영상미가 통속성과 헛된 야망, 환상 등에 품격을 준다. 그는 이미 「애인」에서도 「아름다운 불륜」이라는 부조화의 조어를 낳게 할 만큼 연출 솜씨를 지녔다. 반면 「신데렐라」를 보는 시선이 마냥 고운 것은 아니다. 우선 「애인」과 「별은 내 가슴에」를 합친 상품이라는 지적이 있다. 혜진의 불륜은 「애인」의 황신혜, 혜원의 상승 과정은 「별은 내 가슴에」의 최진실과 닮았다. MBC가 거푸 유사품을 내놓은 대목에서 시청률 지상주의가 엿보인다. 또 드라마 전개과정의 대부분이 「환상 속의 그대」를 노래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행복감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것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제작진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자매의 갈등과 파국, 화해를 통해 진정한 가치관을 전할 것이라며 결과를 지켜보라고 말했다. 「신데렐라」의 인기는 전통적으로 트렌디에 강한 MBC가 강점을 살린 성과이기도 하다. 트렌디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비판에 시청자들이 원한다는 「시청자 메뉴론」으로 대응해온 MBC 드라마의 행보가 궁금하다. 〈허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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