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기자] 「초록 물고기」를 빛낸 또 한명의 스타는 소설가 출신 이창동 감독. 이 영화로 데뷔한 그는 재미와 의미를 적절히 배합한 연출력에 세련된 영상감각까지 선보여 일약 「실력파 영화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요즘 그를 만나는 영화사 관계자들은 「영화 한편 같이 찍어보자」는 제의를 인사말처럼 던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술 더떠 「천재감독이 등장했다」는 과장된 표현도 서슴지 않는 모습.
이감독은 『호평받는 건 기분좋지만 너무 찬사 일변도여서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작품 완성도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솔직히 과찬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동료 문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문학하는 이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칭찬할 때는 말속에 깔려 있는 애정을 느낄 수 있어 흐뭇하다고.
글쓰기와 영화연출 모두 창작의 일환인 만큼 「본업」과 「부업」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이감독은 『몸안의 기(氣)를 「초록 물고기」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앞으로 몇달간은 아무 생각없이 빈둥거리면서 지내고 싶다』며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소설이든 영화든 새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