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元洪 기자」 「옛 도둑들은 그래도 낭만이 있었는데…」.
MBC 경찰청 사람들이 7일 신년특집 「사건으로 보는 그때 그 시절」에서 과거의 범죄풍속도를 살펴본다.
최근 흉포한 강도들이 늘어난데 비해 다같이 못먹고 못살았던 과거에는 「생계형 도둑」들이 많았다는 것. 그중 일부 사건을 재현해 본다. 60년대말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는 판자촌이었다. 그중 제법 부유하게 살았던 이발사의 집. 저녁밥을 짓기위해 부엌으로 들어서던 이발사부인은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알몸의 40대 남자가 밥을 훔쳐먹고 있었던 것. 발각되더라도 여자들이 먼저 놀라 외면하는 점을 노리고 알몸 도둑이 극성을 부렸다.
통행금지로 인한 사연도 많았다. 해장국집을 하던 김여인은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어느날 통금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파출소에 연행돼온 김여인은 유치장에서 낯익은 얼굴과 마주친다. 6.25때 월남하면서 헤어졌던 조카를 16년만에 만난 것.
통금시간은 도둑들의 행동도 제약했다. 집을 턴 도둑들은 새벽 3시50분쯤 통금 끝나기 직전에 훔친 물건을 들고 나와 첫 택시를 타고 도망을 쳤다. 형사들은 이점을 노리고 첫택시를 타고 순찰을 돌곤 했다. 어느날 TV를 훔친 도둑이 형사가 타고 있는 택시에 합승하자며 올라타 철창으로 향하기도 했다.
60년대 말에는 머리카락 도둑이 극성을 부렸다. 그 시절 국내의 주 수출품이었던 가발 원료를 위해 처녀들의 머리카락을 잘라갔던 것. 어느 동네에서는 한 마을 처녀들의 머리카락이 모두 잘려나가기도 했다.
65년에는 만화가게 주인이 「공연법 위반」으로 연행되기도 했다. 당시 만화가게에는 TV를 놓고 어른 30원 어린이 20원씩의 TV시청료를 거뒀다. 이때 김일과 장영철의 프로레슬링경기가 열려 마을주민 40여명이 만화가게에 몰렸었다. 두패로 나뉘어 응원을 하던 주민들이 그만 싸움을 벌이고 이때 달려온 경찰이 만화가게 주인까지 「공연법위반」으로 붙잡아간 것.